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 인기 비결
‘고부갈등’ 소재로 시청률 30%대
여성들간 세대차 유쾌하게 풀어
“가부장 묘사 비현실적” 지적도
한국방송 2텔레비전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극본 조정선, 연출 정해룡, 토·일 오후 7시55분)는 고부 사이의 심리전을 유쾌하게 그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7월28일 첫 방송 때 시청률 20.1%로 순조롭게 출발해 4개월 만에 30% 선을 넘으며(18일 방송 31.2%, 티엔에스미디어 집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상승세를 타면서 원래 30부작에서 50부작으로 연장해 방송중이다. 고부갈등이란 식상한 소재를 다루지만 뒤틀린 가족사나 출생의 비밀 같은 독한 소재 없이 따듯한 가족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히고 있다. 개성 강한 배역들과 연기자들의 호연, 웃기고 발랄한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소들로 꼽힌다.
■ 신 모계사회의 시어머니와 며느리=<며느리 전성시대>는 전통적 가족문화를 이어가는 족발집 향심(김을동)네와 현대적인 가족인 인경(김보연)네, 그리고 족발집 딸 명희(김혜옥)네 세 가족 이야기다. 세 집안은 모두 시어머니와 며느리 등 여자들이 중심이어서 신 모계사회를 보여준다. 전통을 고집하는 시할머니 향심, 시집살이에 기 한번 못 펴고 사는 며느리 미순(윤여정), 주장 강한 신세대 손자 며느리 미진(이수경) 등이 코믹한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미진이 결혼 전 향심네에서 술 취해 난동을 부리고, 미순은 시어머니에게 면박을 받고 화가 나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오는 등 시트콤처럼 과장된 상황을 만들어내 웃음을 뽑아낸다. 혼수 갈등이나 고부간의 경제권 싸움 등의 무거운 현실 문제도 풍자로 유쾌하게 풀어간다. 여기에 웃음을 더해주는 것이 기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음악과 양념같은 부수 효과들이다.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마다 해금, 아쟁 등 국악연주음악이 깔리고,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며느리 시조로 만든 랩이 튀어나온다. 그러면서도 모진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 수현(송선미)의 이야기처럼 사실적인 묘사가 필요한 부분은 현실감을 살려 부각시킨다.
조정선 작가는 “어느 한 쪽을 편들어주는게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충돌하고, 이해하고 바뀐다는 것이다.
■ 고부갈등의 명쾌한 해법 제시할까=고부 3대라는 대가족 이야기다보니 시대와 안맞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며느리 전성시대>의 약점이다. 신 모계사회가 바탕이어도 회사일과 가사를 함께 해야하는 며느리 미진의 모습 등 여전히 가부장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시청자 서향숙씨는 “시어머니들은 무조건 며느리를 쥐 잡듯 잡고, 복수 아버지는 부인에게 ‘이놈의 여편네’라고 무시하고, 복수도 여자 대하는 태도가 아버지를 닮아간다”고 지적했다. 시청자 조영재씨도 “권위적인 아버지와 할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부인 캐릭터 등이 현실성이 떨어져 시대에 맞지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자기 주장 강한 커리어우먼 미진이가 결혼 뒤 전형적인 가부장 가족 여성상으로 변해가는 것은 예전 <사랑이 뭐길래>(1991)에서 톡톡 튀는 신세대 며느리 하희라가 결국 보수적인 시댁 가풍에 순응해가는 것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며 “드라마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가족주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정해룡 피디는 “1대인 시어머니 향심이 며느리 미순에게 미진과 다른 세대니 미진보고 이해하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세대차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14회를 남겨둔 <며느리 전성시대>는 사돈관계인 복남과 인우가 사랑에 빠지면서 두 집안이 겹사돈이 될 지, 미진이 앞으로 어떤 며느리가 될 지, 모진 시집살이를 하는 수현(송선미)이 어떤 길을 택할 지 등 여러 변수를 남겨 놓고 있다. <며느리 전성시대>가 과연 인기 드라마들이 빠졌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하면서 새롭고 유쾌한 가족문제 해법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여성들간 세대차 유쾌하게 풀어
“가부장 묘사 비현실적” 지적도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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