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영애씨〉
케이블·DMB 등 저예산 드라마서 적극 활용…“몰입 방해” 지적도
최근 내레이션 기법이 드라마성을 극대화하거나 뉴미디어 매체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설처럼 주인공 시점, 전지적 시점, 관찰자 시점을 넘나들며 스토리텔링 형식을 넓히는 한편 저예산 드라마의 한계도 극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즌2까지 만들어지며 호응을 얻은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의 〈막돼먹은 영애씨〉(사진)다. 작은 광고기획사의 직원인 30대 노처녀 이영애(김현숙)를 중심으로 영애의 직장 동료들과 가족, 친구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인간극장〉 스타일의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이야기를 담는다. 전지적 시점에서 제3자의 눈으로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과 무덤덤한 현실을 풀어낸다. 〈…영애씨〉를 연출한 정환석 피디는 “〈내 이름은 김삼순〉류의 30대 여성을 조명한 지상파 드라마들과 차별화하면서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객관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소설책 한 권을 읽어주듯 문학적인 색을 살려낸 한국방송 ‘티브이 소설’도 일찌감치 내레이션 기법을 차용한 경우다. 〈그대의 풍경〉 〈아름다운 시절〉 등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는 자극성 짙은 아침 드라마들 사이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참여형 내레이션 기법을 사용한 작품도 있다. 내용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주인공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케이블 채널 오시엔에서 방영 중인 〈직장연애사〉는 직장 남녀들의 연애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놓는다. 매회 고민에 빠진 여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좌절에 빠져 있을 때마다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등장한다. 이름을 부른 뒤 “활에서 이미 떠난 화살은 생각하지 마세요”, “남자들한테 이기려면 더 나쁜 악녀가 돼야 해요”라고 말하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키다리 아저씨’다. 이 목소리는 여주인공들과 대화를 전개하지만 실제 주인공 외에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다.
내레이션은 뉴미디어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도 사용된다. 지상파 디엠비(DMB) 유원(U1)에서 방영하는 자체제작 드라마 〈행복빌라 201동〉은 서울 변두리에 있는 행복빌라 201동에 사는 소시민들이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편당 30분씩 총 10편을 방송하는데 라디오 드라마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중간 지점에 있는 작품이다. 유원미디어 하태진 방송팀장은 “주로 이동 중에 시청하는 디엠비는 장시간 들여다보기가 곤란하다는 점에 착안해 내레이션으로 내용 이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 전략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내레이션은 촬영신을 일일이 보여주지 않아도 돼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장점이 있다. 카메라의 거친 화면과 인지도 없는 배우들의 출연이 주는 실험작 느낌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내레이션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드라마 몰입을 방해받기도 한다. 하태진 팀장은 “내레이션처럼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드라마 기법들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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