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치즈 스마일>
일일 시트콤 침체기 맞은 이유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으로 활기를 띠던 시트콤이 또다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문화방송 <김치 치즈 스마일>과 한국방송 <못 말리는 결혼>이 6~7%의 시청률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시트콤은 모두 보수적인 집안과 개방적인 집안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사건으로 <…하이킥>과는 차별화를 둔 한국적인 웃음을 찾겠다는 전략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두 시트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는 시트콤이 잘 되면 우르르 따라갔다가 안 되면 없애는 방식을 되풀이하는 방송사의 주먹구구식 편성전략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평균 시청률 6~7%대로 ‘추락’
무리한 편성과 ‘저비용’에 고전
전문인력 양성·소재 폭 넓혀야 ■ 1주일에 5일을 달린다? =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연출한 김병욱 피디는 “매일 완결성을 가진 드라마를 찍어 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주간시트콤 <소울 메이트> 종영 이후 우리나라 시트콤은 일일편성을 지향한다. <순풍산부인과>에서 <…하이킥>까지 시트콤 대부분은 일주일에 5일간 시청자들을 찾았다. 이래야 35분이라는 짧은 시트콤에 시청자들이 빨리 익숙해진다고 방송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제작진의 견해는 다르다. <논스톱> <김치 치즈…>로 일일시트콤을 도맡아 온 전진수 피디는 “한 회에 2~3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매일 새롭게 만들다 보면 소재 고갈이나 구성의 허술함 등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우리나라 시트콤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연출한 노도철 피디도 “시트콤을 장르로 살리려면 일일시트콤을 없애고 주간이나 격일 등 편성의 변주를 시도해야 한다”면서 “시트콤은 연출에서의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1주일에 5편을 공들여 촬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트콤 <프렌즈>가 우리나라처럼 작가 10여명과 피디 5~6명으로도 짜임새 있는 작품을 선보인 데는 1주일에 25분 짜리 한 회에 전념하기 때문이다.
■ 저비용 고효율 장르? = 노도철 피디는 “시트콤을 저비용 고효율의 장르라고 판단하는 방송사의 시선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시트콤은 드라마타이즈를 유지하면서 웃음을 적절한 곳에 심어두어야 하는 치밀한 설정이 필요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보다는 코미디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작은 드라마처럼 공들여야 하면서 지원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시트콤 회당 제작비는 일일드라마의 50~60%다. <논스톱>은 1천5백만원, <안녕, 프란체스카>는 방영 당시 회당 3천만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수 피디는 “<김치 치즈…>의 경우 <…하이킥>의 인기로 제작비가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작가를 비롯한 시트콤 스태프들의 임금은 드라마팀에 견줘 50~60%다. 시트콤은 공동작업이다 보니 작가료가 드라마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어 이는 시트콤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진수 피디는 “시트콤 작가를 꾸리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강명석 문화평론가는 “시트콤의 새로운 정형을 만들어 내려면 전문인력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에 걸맞은 대우로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 아직도 청춘과 가족? =갈수록 드라마와 시트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시트콤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메리대구공방전>처럼 캐릭터가 중심인 청춘드라마가 등장하고, <얼렁뚱땅흥신소>처럼 드라마이지만 보물을 찾는다는 황당한 소재를 차용하기도 한다. <안녕 프란체스카>가 독특한 소재로, <거침없이 하이킥>이 멜로·스릴러·코미디 등의 혼합장르로 시트콤의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요즘 티브이에 맞는 새로운 형식과 소재의 변주가 시급해 보인다. 그러나 시트콤은 한 회에 들어가는 투자비가 적다는 것을 무기삼아 다른 장르에 비해 퇴출을 쉽게 시킨다. <귀엽거나 미치거나>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 17회 만에 종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끌어가려고 성공한 모델을 바탕으로 우후죽순처럼 가지치기한 경우가 많았다. <순풍 산부인과> 이후 가족 시트콤이 쏟아졌고, <논스톱> 이후 청춘시트콤이 쏟아진 것도 이런 연유와 무관하지 않다. <못 말리는 결혼> 이교욱 피디는 ”어린이 시트콤 등 정통에서 혼합장르의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려면 우리나라에 맞는 웃음 코드를 적절히 찾아내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방송사가 시청률에 의존하지 않고 시트콤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장르라는 인식을 갖고 이런 적절한 소재를 발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무리한 편성과 ‘저비용’에 고전
전문인력 양성·소재 폭 넓혀야 ■ 1주일에 5일을 달린다? =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연출한 김병욱 피디는 “매일 완결성을 가진 드라마를 찍어 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주간시트콤 <소울 메이트> 종영 이후 우리나라 시트콤은 일일편성을 지향한다. <순풍산부인과>에서 <…하이킥>까지 시트콤 대부분은 일주일에 5일간 시청자들을 찾았다. 이래야 35분이라는 짧은 시트콤에 시청자들이 빨리 익숙해진다고 방송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제작진의 견해는 다르다. <논스톱> <김치 치즈…>로 일일시트콤을 도맡아 온 전진수 피디는 “한 회에 2~3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매일 새롭게 만들다 보면 소재 고갈이나 구성의 허술함 등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우리나라 시트콤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연출한 노도철 피디도 “시트콤을 장르로 살리려면 일일시트콤을 없애고 주간이나 격일 등 편성의 변주를 시도해야 한다”면서 “시트콤은 연출에서의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1주일에 5편을 공들여 촬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트콤 <프렌즈>가 우리나라처럼 작가 10여명과 피디 5~6명으로도 짜임새 있는 작품을 선보인 데는 1주일에 25분 짜리 한 회에 전념하기 때문이다.
<못 말리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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