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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인순이는 정말 예쁘다

등록 2007-12-09 19:44수정 2007-12-09 19:49

한국방송 <인순이는 예쁘다>
한국방송 <인순이는 예쁘다>
#1. 자기긍정과 소통의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
살인전과자 인순이 세상서 살아남기
연인·가족들 ‘진실’ 껴안는 내면 묘사
“마음의 감옥 벗어나는 과정 그릴 것”

한국방송 <인순이는 예쁘다>는 자기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드라마다. 고등학교 때 실수로 친구를 죽이고 감옥에 다녀온 인순이(김현주)가 행복을 찾아나서는 과정이 큰 줄거리로, 들여다보고 있으면 위로받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2년 만에 얼굴을 비친 김현주는 살아숨쉬는 인순이를 만들어 성공적인 복귀신고를 치르는 중이다. <거짓말> <고독> 등 전작들을 통해 ‘휴머니스트’로 불리는 표민수 피디는 치유와 사랑이라는 특유의 감성코드를 이번에도 놓치지 않는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이후 1년 반만에 정유경 작가와 함께 작품을 내놓은 표 피디는 “전작보다 인물들의 내면을 더 파고들려 했다”고 말했다.

■ 소통에 관한 이야기 =인순이는 감옥도 나오고, 엄마도 찾지만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 세상은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창살을 가진 감옥이다.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인데 하며 그가 살인 전과자라는 사실을 밝힐 때마다 사람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그는 또 외톨이가 됐다.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인 상우(김민준)도, 어렵게 만난 엄마(나영희)도 진실을 알고 나서 그에게 더 다가오지 못했다. “사회부 기자로 일할 때 도둑·살인자 등 온갖 쓰레기들을 다 만나느라 피곤했었다”고 말하던 상우는 인순이의 고백을 듣고 난 뒤에는 “죄를 지은 사람들도 하나하나 만나보면 천사더라”는 위선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다시 만난 딸을 집으로 들이며 따뜻하게 맞아주던 엄마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객식구 취급이다. 그런데 인순이의 인생이 한순간에 바뀐다. 자살을 시도하려고 간 지하철역에서 인순이는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지하철녀’로 일약 스타가 된다. 인순이는 더 이상 사회에서 냉대받던 별을 가진 전과자가 아닌 대중의 별이 됐다. 그가 어쩌다 지하철역에서 사람을 구하게 됐는지를 아는 건 “앞으로 그러지 마라(자살하려고 하지 마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선생님뿐이다. 선생님을 제외하면 인순이 주변 사람들은 인순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세상 이목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대인의 모습 그대로 인순이를 적당히 동정하고 경계하며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거부한다. 상우만이 어찌할지 모르며 인순이 주변을 맴돌 뿐이다. 드라마는 이렇듯 진실을 감당해야 하는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한다. 표민수 피디는 “왜 인순이가 전과자가 됐느냐는 원인보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냐는 현상 뒤의 전개가 중요하다. 사람들의 반응이 충돌하는 모습 속에서 결국은 인순이 스스로가 마음 속 감옥을 빠져나오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 화해와 성장의 드라마 =<인순이…>는 거짓말로 비밀을 유지하는 시간을 늘리지 않고 진실을 밝히고 난 뒤의 반응을 빠르게 보여준다. 자칫 살인전과자란 설정이 ‘소재’로 보이지 않도록 과거의 사건에 천착하지 않는다. 인순이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견뎌내는 과정만 알맹이로 뭉쳤다. 지난 10회까지 ‘매스미디어란 괴물이 낳은 비극적 배설물’로 치부될지언정 ‘지하철녀’로 받는 대중의 사랑에 들떠있던 인순이는 앞으로 쓰린 감정을 맛보게 된다. 그제서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세상과 화해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실 인순이가 껴안은 온갖 세상의 편견과 자기 부정은 현실의 다른 인순이들도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다. 인순이가 “난 예뻐, 난 착해, 난 사랑스러워”라고 자기 긍정의 주문을 걸어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순이’란 이름이 대변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인 이 땅의 인순이들은 잘 안다. 그래도 눈물을 흘리며 인순이를 응원하게 되는 건 거짓말일지라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고 싶은, 나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1. ‘표민수’표 드라마의 매력


90년대 후반 <거짓말>로 마니아 드라마를 탄생시킨 표민수 피디의 이름은 일종의 브랜드다. 흔한 사랑과 불륜을 그려도 치유와 감성이 이뤄지는 그의 작품은 시청자들도, 배우들도 끌리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그는 “대중이 거는 기대감보다 쉽게 가는 걸 타협하고 싶지 않아 내 스스로 올바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부담감이 더 크다”고 했다. 표 피디의 작품 세계는 뚜렷이 세 시기로 구분된다. 노희경 작가와 함께 <거짓말> <슬픈 유혹> <바보같은 사랑> <고독>을 만들던 때가 1기라면, 전작들과 달리 밝은 분위기의 트렌디 드라마였던 <풀 하우스>를 민효정 작가와 하던 때는 2기다. 정유경 작가와 함께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인순이는 예쁘다>로 코믹과 정극을 버무린 작품을 선보이는 요즘은 3기에 속한다. 1991년 한국방송에 입사해 2002년 프리랜서로 나선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은 늘 휴머니즘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성을 품고 있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표 피디는 “사람과 소통에 대한 관심으로 때로는 딱딱하게 때로는 만화처럼 부드럽게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작품마다 사람 사이의 소통을 강조해왔던 그는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대화법’을 꼽았다. “대화가 엇갈리면 말을 거는 의도도, 의미도 전달되지 않아서”다. 그런 의미에서 <인순이는…> 인순이가 자기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을 쫓아간다. 나와 통해야 남과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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