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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드라마 ‘인간적인 악역’ 점점 더 끌리네

등록 2007-12-10 10:10수정 2007-12-10 14:43

왼쪽부터 ‘대조영’ 이해고, ‘왕과 나’ 조치겸, ‘이산’ 정순왕후. 한국방송·에스비에스·문화방송 제공.
왼쪽부터 ‘대조영’ 이해고, ‘왕과 나’ 조치겸, ‘이산’ 정순왕후. 한국방송·에스비에스·문화방송 제공.
선악 이분법 떠나 현실·개성적 캐릭터 호응…시청자 대리만족도 한몫
드라마에서 현실감을 잘 살린 악역들이 뜨고 있다. 이해고(한국방송 1텔레비전 <대조영>), 조치겸(에스비에스 <왕과 나>), 정순왕후(문화방송 <이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전에도 경빈 박씨(<여인천하>)에서부터 최상궁(<대장금>), 염장(<해신>), 변학도(<쾌걸춘향>), 장준혁(<하얀거탑>)에 이르까지 독한 인물이 인기를 얻은 전례가 많지만 인간적 면모가 더해지면서 시청자의 호응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잣대에서 벗어나 공감가고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요즘 시청자의 달라진 눈높이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풀이된다.

그들이 사랑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캐릭터를 빛나게 하는 연기자들의 호연뿐 아니라 끝까지 독기만 뿜어내는 평면적 인물이 아닌 인간적 면모를 두루 갖춘 캐릭터의 매력이 한몫하고 있다. 이해고(정보석)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초린(박예진)과 초린의 아들 검이(정태우)에게만은 지극 정성을 다하는 순애보적 사랑을 보여준다. 내시부 수장 조치겸(전광렬)도 예종 독살사건, 친구이자 처선(오만석)의 아버지인 김자명(이일재)의 죽음에 깊이 개입된 인물이지만 양자로 맞이한 처선이 힘들어할 때 함께 아파하는 아버지이자 오상궁(양정아)을 좋아하지만 혼자 가슴앓이하는 여린 남자이기도 하다.

<러브 홀릭> <쩐의 전쟁> 등을 집필한 이향희 작가는 “현실에서는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지 않는데 예전 드라마에서는 이분법적으로 악역을 절대악의 무리로 그렸다”라며 “하지만 요즘 드라마 속 악역은 좀 더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개성 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악역이 밋밋하고 유약해보이는 착한 역보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들은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다는 면에서 현실적이고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 중에서 <착한 여자 나쁜 여자>의 세영(최진실) 등 순종적이고 ‘착한 여자’가 “답답하다”고 외면받지만, <황금신부>의 인경(공현주) 등 이기적이지만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나쁜 여자’가 “멋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착한 여자보다 나쁜 여자 캐릭터로 당차고 자기 주장이 강한 알파걸이 인기인 시대의 변화 코드에 맞아서다.

독성 강한 악역에 빠지는 데에는 ‘심리적인 명분’도 있다.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는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들은 격투기를 보면서 잘 싸우는 힘 있는 자의 모습에 열광하고 그 순간 공격자와의 동일시 현상을 보인다. 이건 악역을 통해 느끼는 것과 같다”라며 “동시에 현실에서는 대놓고 드러낼 수 없는 출세욕·분노·질투심 등 감정을 대신 표출해주어 시청자들이 대리 만족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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