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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가수 김광석 형 “동생 노래 10년만에 들어요”

등록 2007-12-26 16:00

김광석 기일 맞아 제사…"노래비 소식 반갑죠"

조심스레 절간 문지방을 넘자 법당 열린 문으로 두 개의 촛불이 눈에 먼저 담겼다. 불꽃은 스님의 목탁 소리에 춤추듯 사그라들다 이내 제자리를 찾는다.

1996년 1월6일(음력 11월15일) 세상을 떠난 고(故) 김광석의 제삿상 앞에서 촛불은 바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미 스러진 김광석 대신 뭔가를 온몸으로 전하는 듯싶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은 음력으로 계산한 김광석의 기일(忌日).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사찰 안양암(安養庵)에서 김광석의 가족과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인터넷 모임인 '둥근소리(oneum.net)' 회원들이 그를 추모하는 제사를 지냈다.

지난해와 변함없이 흑백 영정 속 김광석은 이를 온통 드러낸 채 웃고만 있었다. 김광석의 형 광복(49)씨는 동생에게 잔을 올린 뒤 재배했다. 제를 지낸 후 팬들과 음복(飮福)하며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10여 년이 지나며 기일에 참석하는 팬 수가 준 것도 사실. 지금껏 찾아오는 이들이 진심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팬들이 떠나고 어둠이 내리는 절간. 검은 개량한복을 입은 광복 씨와 마주앉았다. 떠난 지 10여 년이 된 동생이지만 영정으로 대할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 "3남2녀 중 형과 동생이 차례로 세상을 등졌다"는 그는 "왜 나한테 모든 걸 짐 지우나, 동생을 원망도 하고 장남이 되자 어깨가 무거웠다"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알잖아요. 동생의 부고를 제주에서 듣고 서울로 오면서 온갖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죽기 전까진 잊지 못할 동생과의 추억도 떠올랐고요. 부모 앞서 가는 자식은 불효 중의 불효라잖아요. 그때 형제들에게 두 사람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가슴으로 다짐했습니다."

이어 광복 씨는 "동생이 간 후에도 (사인을 놓고) 시끄러웠고. 하지만 죽은 영혼을 건드려봐야…"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은 뒤 "그래서 아내와 전국 곳곳을 다니며 천도재(遷度齋)도 많이 지냈다. 동생이 그렇게 간 것은 원통하고 억울하지만 그건 살아 있는 내 몫이니까. 동생은 생전에 하고 싶은 것(노래) 했으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0년간 동생의 노래도 듣지 못했던 광복 씨. 최근에서야 동생의 육성을 듣고 추억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다.

그에게 김광석의 음반 저작권을 둘러싼 유족간의 법적 다툼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물었다. 외부적으로 가족이 돈 욕심 때문에 서로 다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다.

"아직 가족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참 모양새가 안 좋죠. 아빠의 사망으로 (지체장애가 있는) 당시 다섯 살이던 딸 서연(김광석의 딸)이도 정신적인 힘겨움을 겪었을 거고요. 저작권을 갖고자 한 건 한두 곡의 권리라도 가진다면 서연이의 미래를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년 김광석의 제사를 다른 사찰로 옮겨 지낼 계획이다. "김광석이 생전 좋아했던 스님이 계신데 내년부터 그 사찰(서울 노원역 인근)로 옮겨 제사를 지낼 생각"이라며 최근 극단 학전의 노래비 제막식 소식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학전 소극장은 김광석이 91년부터 95년까지 무려 1천 회 이상 공연을 했던 곳. "학전 관계자로부터 노래비를 세운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광복 씨에게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부탁했다.

"광석아, 그저 너만이라도 홀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때묻은 세상 내려보지 말고. 편해라, 편해라…."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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