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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MBC 연예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방송 3사의 연예대상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KBS는 논란이 많았지만 어쨌든 탁재훈씨가, SBS에서는 무관의 제왕을 털어 버리며 강호동씨가, MBC에선 '야 동순재' 이순재씨와 무한도전 팀 6명 전원이 공동수상 함으로써 총 7명의 대상 수상자가 탄생되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말이 많다. 100%를 만족시키는 인사(人事)가 없듯이 시상 또한 그러하다. 모두 한 해 동안 열심히 활동했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상으로 보상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그들을 바라보는 팬으로서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 마음을 헤아린다 해도 MBC의 과도한 공동수상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과도한 공동수상이 아니다.
2007년 MBC 예능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사람은 단연 유재석이다. 국민 MC라고 불리며 최고의 전설기를 구가했던 그의 대상 수상은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사실이었다. 또, <거침없이 하이킥>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침체되어 있던 시트콤의 부활을 이끌고, 새로운 형식의 시트콤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시트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는 역시 '야 동순재'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이미지 변신을 한 이순재씨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유재석과 이순재의 공동 수상은 MBC 측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한도전팀의 공동수상으로 인한 7명의 대상은 아무래도 과(過)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고민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 '강호동'이라는 딜레마가 추가된다. 무한도전, 거침없이 하이킥에 절대 뒤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바로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이다.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적용되었다면 강호동은 최소한 최우수상이라도 받았어야 옳다. 여기에 대형 MC들이 안고 있는, 그들을 기용하는 방송사의 딜레마가 있다. "최우수상을 받기엔 너무도 커버린 당신."이다.
KBS에서 탁재훈이 대상을 받는 동안 유재석과 강호동은 아무 상도 받지 못하고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물론 여기엔 KBS에만 고정 출연하는 탁재훈에 대한 KBS 측의 의리가 작용했다지만 그 많고 많은 상들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유재석과 강호동을 외면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SBS도 마찬가지다. 강호동이 대상을 수상하는 동안 유재석은 아무 상도 수상하지 못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대상이 아닌 상은 수상하지도 못하고, 수상할 수도 없는 대형 MC의 출현, 그들의 무지막지한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방송사 별 나눠먹기는 올해도 여전했다. 아니, 여전할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여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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