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안방 찾은 배우 조재현 인터뷰
“의학 드라마라서 안하려고 했다.”
지난 30일 경기도 곤지암 촬영현장에서 만난 조재현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1회부터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구실을 한 그가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내가 하기에 강국은 너무 휼륭한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로 이어진 의학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한다는 오해를 사고 싶진 않았다.” 그의 대답에서 2년 만에 티브이로 돌아온 배우의 책임감과 자존심이 묻어난다. <피아노> <눈사람>으로 홈런을 날리다가 <홍콩 익스프레스>부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가 오직 ‘연기’로 제 자리를 찾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 장준혁과 최강국=최강국은 냉철한 의사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비교된다. 조재현은 최강국을 실제 자신의 모습에 견줘 인간적인 느낌을 입혔다고 한다. “제작진은 강국이 신처럼 완벽한 사람이길 바랐지만 고집 세고, 실수한 것이 들통날까 당황해하는 모습 등을 보태어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는 최강국이 흑과 백으로 요약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최강국은 장준혁처럼 실력이 뛰어나고 야망도 있지만, 최도영처럼 환자를 먼저 생각한다.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흉부외과 과장이 된 순간부터 자신과 적의 관계에 놓인 인물들을 경계하는 모습이 선인도 악인도 아닌 듯 보인다. “처음엔 이상했다. 그런데 강국은 복수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상대방이 훌륭한 의사로 발전해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쪽으로 묘사되고 있다. 흑중에도 진한 흑, 회색 흑이 있지 않나. 인물들의 그런 심리가 잘 묘사되면 색다른 의학드라마가 될 것 같다.”
<나쁜 남자>때부터 트레이드 마크가 된 강렬한 눈빛은 그런 최강국을 표현하는데는 제격이다. 1,2회에 선보인 그의 눈빛은 한동안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눈빛 연기는 없다. 내 감정이 마지막으로 보여지는 곳이 눈일 뿐이다. 감정에 충실하지 않고 눈에만 힘을 주는 건 배우다운 자세가 아니다.”
■ 최강국과 조재현=1주일에 4~5일을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탓에 가족과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그의 생활은 극중 최강국과 닮았다. 강국은 일에는 열정을 다하지만 가정을 돌볼 줄 모으는 사람이다. 그는 그런 강국의 마음이 이해는 된다고 했다. “가족을 챙기고 자기 일도 잘하면 좋겠지만 배우와 의사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힘든 직업인 것 같다. 나도 일이 우선일 때가 많다. 그러나 가족을 믿기 때문이다. 강국도 자신의 일을 잘해내는 것이 결국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 2광희병원에 좌천되어 있을 때도 강국은 돼지심장으로 새로운 수술방법을 개발하는 등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켜왔다. 데뷔 20년인 그도 강국처럼 늘 자신을 채찍질한다. “연기를 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하는 드라마는 녹화를 해서라도 모니터하고 시청자 게시판도 빼먹지 않고 읽는다. 시청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성장할 수 있으니까.” <뉴하트>를 하면서는 의학드라마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를 실험해 보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아 연극을 연출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미완성의 인간이고 아직도 철부지여서 세월이 흐른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선배가 되었다니, 너무 웃기지 않나.(웃음)”
글 남지은 기자
글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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