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현장르포 동행’
KBS1 ‘현장르포 동행’ 방영뒤 희망 잃지 않는 가족에 격려 줄이어
“가난하지만 누구보다도 부자인 민경이 부모님이 행복해 보이네요. 이곳은 미국 시카고입니다. 꿈은 꼭 이루어집니다. 민경양, 대학 가서 훌륭한 의사되세요.” (hwj1028) “민경이네 가족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에 제 자신이 창피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ji04hyun05) 지난 10일 방영된 한국방송 1텔레비전 <현장르포 동행>(목 밤 11시30분) ‘아빠, 대학갈래요!’ 편이 방영된 뒤 프로그램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감동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동행>은 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통해 양극화의 사회구조적 문제를 엿보는 르포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늦은 밤 시간에 방영되는 탓에 보는 이들도 적어 평상시 올라오는 시청 후기의 수가 십여 개에 불과하지만 이날 방송이 나간 뒤에는 300여 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줬다는 고등학교 선생님, 민경이를 보고 부끄러웠다는 재수생, 부모님이 생각나 울었다는 중년 남성까지 후기 내용도 다양하다. ‘아빠, 대학갈래요’ 편은 부산 사하구의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18살 민경이네 사연을 소개했다. 민경이의 아버지는 20년 전 공장에서 오른손을 잃은 장애 3급의 택시 운전사. 어렵게 장애인을 고용하는 회사에 취직했지만 부도로 몇 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몸마저 불편하다 보니 아버지는 다른 일도 못 찾고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는다. 그렇게 아버지가 하루에 벌어오는 돈은 만원 안팎. 허리가 불편한 어머니와 민경이, 동생 영훈이까지 이렇게 네 식구가 아버지의 수입에만 의존하는 살림은 곤궁하기 짝이 없다. 고물상에서 주운 헌 옷이 새 옷이고, 때로 차비가 없어 민경이는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다니기도 한다. 그런 어려운 형편에서도 올해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민경이는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다.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꿈을 갖고 있다. 가난한 부모님을 원망하는 대신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자기 용돈도 벌어쓰는 효녀다. 시청자들은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해 집안 살림을 보태라는 아버지를 원망하기보다 “인생은 삼십부터니 10년 안에는 대학에 가겠다”며 웃을 줄 아는 민경이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았다. 말로는 꿈을 포기하라고 하면서도 어느새 민경이 학비로 쓰려고 조금씩 모은 10만원이 든 통장을 내미는 아버지와 차비를 못 주는 미안함을 오늘은 다이어트도 할 겸 걸어가라는 눈물 섞인 농담으로 건네는 어머니를 보며 부모님을 떠올렸다는 이들도 많다. 방송이 나가자 어려운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민경이네 가족을 돕고 싶다는 후원의 손길도 더해졌다. 후원계좌에 마음을 보탰다는 이부터 사회복지 혜택을 열어줄 수 있다는 기관, 대학등록금을 책임지겠다는 이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태경 피디는 “어려운 환경에도 밝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과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민경이를 시청자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타임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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