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반복될 뿐이다. <개그야>의 ‘죄민수’등 고전적인 개그 코드와 전통적인 개그맨 외모가 되살아나고 있다. 한겨레21
코미디 무대에서 활약하던 개그맨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진행자(또는 고정 패널)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연기'하는 코미디와는 달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감각적인 입담과 순발력 등 '개인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존 출연진의 은근한 텃세까지 더해지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그맨 조원석의 2007년은 주목할 만하다. 연초에는 공개코미디인 '개그야'에서 '죄민수'로 큰 인기를 얻었고, 중ㆍ후반에는 등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도 '죄민수' 캐릭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 동료 출연진에게 막말을 하는 등 '건방진 태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년 중반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동안클럽'을 시작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이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의 섭외가 계속된 것은 제작진 측에서 '죄민수' 캐릭터를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말 한 마디 붙이기 어려운 선배들이 제가 편하게 말 할 수 있도록 촬영 때 포문을 열어주신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의 분위기 변화도 조원석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자리 잡는 데 한몫했다. "천운도 있었죠. 저는 몸을 쓰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데는 약해요. 마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흐름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다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없어서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공개 코미디에서는 카메라가 3~4대에 불과해요. '동안클럽'의 촬영장에 들어서니 카메라가 14대나 됐습니다.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몰라서 눈앞이 막막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밀어 붙였죠."
이런 어려움 속에서 그는 결국 '동안클럽'에서 확실한 자리를 꿰찼다. 이후 SBS '라인업'을 거쳐 MBC '도전 예의지왕', SBS '퀴즈! 육감대결' 등과 라디오 프로그램 3-4 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중요도가 점차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죄민수' 캐릭터를 선보인 '최국의 별을 쏘다'가 막을 내린 후에는 코미디 분야에서의 활약은 주춤했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이경실 선배 등이 '그렇다고 해서 쉬지는 마라. 개그를 하지 않으면 컴백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젠 대박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하자고 마음을 가다듬었죠." 최근 그는 '개그야'에서 '새콤달콤 브라더스'에서 새로운 형태의 개그를 시도하기도 했다. 비록 20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공개코미디에서는 이례적으로 야외 촬영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코너에서 조원석은 오정태와 함께 심부름 센터 직원으로 등장해 좌충우돌하며 웃음 코드를 빚어냈다. "1시간짜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5분으로 함축하려는 시도였어요. 공개코미디의 한계를 깨보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웃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개그를 할 생각이에요." 아울러 그는 마임과 구연동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말로만 웃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마임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또 어린이를 위해 재미있는 동화를 한 편 쓰고 싶습니다. 2006년 재능방송이 주최한 구연동화 대회에서 입상한 적도 있는데 실력을 더 갈고 닦을 생각이에요." 그는 개그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상파 TV 개그맨 공채 시험에 11번이나 도전한 끝에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1995년부터 MBC에서만 9번이나 떨어졌죠. SBS는 두 번 도전 끝에 2003년 공채에 합격했습니다.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면서 남대문시장의 안경도매상, 일식집 요리사, 맥주집 아르바이트 등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이제 꿈을 이뤘으니 앞으로는 '전 세계인을 웃기는 바보가 되고 싶다'는 제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겁니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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