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멜로 부활’ 부응 못하는 ‘못된 사랑’
잦은 독백·우연이 긴장감 떨어뜨리고 공감 못얻어…시청률 한 자릿수로 하락
‘정통 멜로의 부활’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등장했던 한국방송 2텔레비전 <못된 사랑>(극본 이유진, 연출 권계홍)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률도 지난해 12월3일 7.7%로 시작해 4회에서 11.6%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 13회(15일)가 방영된 현재까지 7~8%선에서 멈춰 있는 상태다.(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 집계) <못된 사랑>의 시청률 고전은 안정된 시청층을 가진 문화방송 <이산>과 에스비에스 <왕과 나>의 틈에 끼면서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문제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작품성이다. 수환(김성수)과 용기(권상우)가 회사 경영 문제로 다투면서 인정(이요원)을 차지하려고 애쓰는 현재까지도 감정이입이 어렵다는 평이다.
시청자들은 <못된 사랑>에 중독되지 못하는 이유로 문어체의 대사와 억지스런 상황 설정을 꼽는다.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요? 내 가슴이 지금 타고 있는데”(<불새>) 같은 특유의 닭살스러운 대사를 자랑하는 이유진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 강박적으로 대사에 힘을 준 느낌이다. 1회부터 사용한 잦은 독백과 대구법의 대화체가 세 남녀의 사랑을 현실에서 붕 뜨게 만든다. 주인공들이 수시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설명하는 혼잣말이나 12회에서 용기가 “유치한 니 양심, 건방진 니 자존심 때문에 넌 날 항상 비참하게 만들어”라고 하는 말에 인정이 “무모한 니 고집, 대단한 니 자존심, 억지스런 니 방식 때문에 넌 날 항상 고개 숙이게 만들어”라고 받아치는 대사들이 그 예다. 시청자 김인자씨는 “대사가 너무 촌스럽고 유치하다. 독백이 많아서 주인공들 마음을 다 알아버려 긴장감이 없다”라고 했다. 최지영씨도 “배역마다 혼잣말은 왜 이리 많은지, 그걸 연기로 해야 드라마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우연하며 모략 아닌 모략과, 회마다 인물소개까지 다해주는 조연들이 생뚱맞다”고 평했다.
격정적인 대사들과 달리 이해되지 않는 세 남녀의 사랑, 용기가 ‘못된 사랑’을 다짐하게 되는 용기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시장통에서 회사로 배경을 옮기기 위해 끼워넣은 리조트 건설에 맞선 상인들의 생존권 시위와 ‘소망의 집’ 문제, 용기의 첫사랑을 닮은 신영(차예련)과 얽히는 우연적 사건 등이 모두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다.
다행이라면 권상우, 이요원 등 주연 배우들에 대한 호평이다. 특히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권상우의 표정과 눈빛연기는 <못된 사랑>을 왜 ‘권상우의 드라마’라고 하는지 설명해준다. 20부작인 <못된 사랑>이 정통 멜로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디알엠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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