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다큐 무지개 ‘할머니는 울 엄마’편
SBS 다큐 무지개 ‘할머니는 울 엄마’편 태안주민 아픔 다뤄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두달. 푸른빛을 잃은 태안바다에는 여전히 절망의 파도가 친다. 서해안에 100만명이 다녀간 ‘자원봉사의 기적’으로 떠들썩하지만 주민의 보상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부작 휴먼다큐멘터리 <무지개>(에스비에스 월~수 오후 3시)는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 사흘간 ‘할머니는 울 엄마’를 편성해 태안 주민의 문제에 귀 기울인다.
‘할머니는 울 엄마’는 한 가정의 사례를 통해 태안 주민의 아픔을 드러낸다. 태안 바다에서 50년간 굴 까는 일을 해온 이영월(72) 할머니는 이번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가족의 유일한 수입은 10살 아영이와 13살 범희 남매의 급식비로 나오는 6만원이 전부이다. 할머니는 매일 7시간씩 바다에 나가 방제 작업을 하지만 수당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가족의 희망을 앗아간 곳도, 희망을 찾아줄 곳도 바다라는 현실이 할머니는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제작진은 지난 1월4일부터 3주간 아영이네를 동행취재했다. 제보를 받고 찾은 아영이네의 상황은 여느 태안주민보다 더 심각했다고 한다. 태안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들의 살림살이는 고달팠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영이와 범희 남매는 7년 전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당신 몸 하나 추스르기 힘든 할머니가 매일 바다에 나가 일을 하며 아이들을 뒷바라지 했다. 제작진은 유별날 정도로 서로를 사랑하며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들에게 이번 사고는 작은 둥지마저 앗아갔다고 전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할머니는 태안 사고에도 보상조차 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한다.
프로그램은 한 가정에 기름 유출 사고가 얼마나 큰 절망을 가져다 주었는지를 보여주며 태안 사고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문제점을 파헤치고 캐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담히 담았다. 바다를 향해 흘리는 할머니의 눈물은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라는 힘찬 목소리보다 울림이 크다. 생계 터전을 잃고 보상조차 기대할 수 없는 태안 주민들의 속앓이는 그 속에 녹아든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호랑이코 미디어의 유혜림 피디는 “시청자들이 태안 주민의 아픔을 같이 겪으며 그들의 처지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이 사태를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24일 첫 방송한 <무지개>는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을 돕는 3부작 휴먼다큐멘터리다. 유명인들이 목소리를 더빙하고, 더빙료를 해당 주인공의 후원금으로 사용하는 ‘기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차별화를 뒀다. 개그맨 박수홍, 방송인 정은아, 배우 이한위에 이어 ‘할머니는 울 엄마’에서는 배우 김원희가 내레이션을 맡아 밝은 목소리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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