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공들여 담은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KBS, 내달 5일 자연다큐 첫 전파…사냥·부화·교미 장면 ‘생생’
“부엉~부엉~” 나뭇가지에 있는 수리부엉이의 레이다망에 토끼가 걸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시속 약 20㎞로 날아 날카로운 발톱으로 토끼를 한번에 낚아챈다. ‘소리 없이 강한’ 사냥 모습이 사냥터에서 2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한 6㎜ 초고속카메라 7대에 포착된다. 신동만 피디, 김승민 촬영감독 등 스태프들도 이 순간을 놓칠세라 숨을 죽인 채 지켜본다.
3년 동안 경기 파주·안산 등 5개 지역에서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 9쌍의 생태와 사냥 모습을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한국방송 1텔레비전·밤 10시, 연출 신동만·사진)가 3월5일에 첫방송된다. 수리부엉이는 각종 조류와 토끼, 뱀, 쥐 등을 잡아먹는 야행성 맹금류로 밤의 제왕으로 불린다.
〈봉암사의 숲〉 〈고라니의 사랑〉 등 1996년부터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신동만 피디는 “현재 한반도에서 사라진 호랑이·표범 등 맹수들을 대신해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 있는 포식자 수리부엉이의 사냥 메커니즘을 밝히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밤에 활동하고 빛과 소리에 민감한 수리부엉이를 촬영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다. 제작진은 어두워지면 활동을 시작해 새벽 해뜰 무렵까지 사냥을 하는 ‘수리부엉이족’이 됐다. 그렇게 밤샘 촬영을 하고 텐트 생활을 하며 가장 힘겹게 찍은 건 사냥 장면이다. 김승민 촬영감독은 “3개월간의 시행착오 끝에 초고속 카메라로 1초당 500~1000장으로 생생한 사냥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초고속 카메라뿐 아니라 특수제작한 조명 등을 이용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냥 과정에서 깃털의 떨림, 먹이를 낚아채기 직전에 뻗은 발 등 수리부엉이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 수리부엉이〉는 사냥 모습과 함께 수리부엉이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보고될 정도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기록도 담아낸다. 암컷이 알을 품는 기간뿐 아니라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부화 후 7~8주)까지 교미를 하고 죽은 새끼를 먹는 어미 수리부엉이의 모습이 그것이다. 신 피디는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수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더이상 교미를 하지 않는다고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 증거”라며 “수리부엉이는 부부관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교미를 한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수리부엉이〉에 이어 3월12일(밤 10시)에는 3년간의 제작 과정을 담은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3년간의 기록〉이 전파를 탄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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