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관객 없는 공연’ 이색설정으로 출발한 코너 첫 공개녹화
“붐치기 붐치기 차차차, 붐치기 붐치기 차차차, 우라우라우라 예~! 닥터피쉬 사랑해요!”
12일 <개그콘서트>(KBS2 일 오후 8시55분) 공개 녹화중인 한국방송 공개홀. 헤비메탈과 음악과 함께 록밴드 ‘닥터피쉬’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진다. 비공개 녹화로 2회를 선보인 뒤 단숨에 화제 개그 코너로 떠오른 ‘닥터피쉬’가 이날 처음으로 1천여명 관객을 앞에 두고 공개 녹화했다.
‘닥터 피시’는 8집까지 음반을 냈지만 여전히 무명인 그룹 닥터피쉬(유세윤·이종훈)가 열광적인 팬(양상국) 단 한명을 앞에 두고 으스대며 공연을 하는 설정에서 시작했다. “붐치기 붐치기”같은 독특한 구호와 기존 <개그콘서트> 음악에 ‘난 항상 여기 있는데 뭘 그리 서두르나 이 사람아∼’ 같은 엉뚱한 가사를 붙여 천연덕스럽게 부르는 모습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날 관심은 텅 빈 객석을 앞에 두고 공연하던 ‘닥터피쉬’가, 애초 설정과는 정반대로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공개 녹화를 해도 고유한 재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인지였다. ‘열혈팬’ 양상국이 여느 때처럼 “사랑해요, 닥터피쉬”를 외치자 유세윤은 (설정상 하나 뿐인 관객에게) “중구난방으로 떠들면 노래 안 한다”며 으름장부터 놓았다. 영문 모르는 방청객들은 잠잠한데 양상국만 닥터피쉬를 연호해댄다.
유세윤은 “닥터피쉬가 한 때 회사의 결정에 따라 팀을 해체하고 솔로앨범을 낼 뻔 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실제일 법한 이야기에 방청객들이 몰입해 한 목소리로 “어~”라며 탄식을 뱉는다. 어느새 공개홀에 모인 1천여명이 닥터피쉬의 팬이 되어버린 셈인데, 그바람에 ‘오직 한 명의 팬’이어야 마땅한 양상국의 목소리가 관객들 함성에 묻히는 위기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양상국은 객석의 환호보다 점점 더 크고 요란한 소리로 “닥터 피쉬”를 외쳐야 했다.
<개그콘서트> 김석윤 피디는 “관객이 한 명 뿐이라는 설정인데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과 재미가 터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비공개 녹화 때 인기를 모았던 장치들을 살리되 다른 웃음 요소를 개발해 특징을 잘 살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 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