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문자 성공시대’
시사보도쪽은 역시 활용도 낮아
라디오는 실시간 문자 참여에 있어 텔레비전보다 형님이라 할 만하다. 라디오가 청취자들의 문자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그러나 당시 프로그램 공용 휴대전화 한 대로 모든 의견을 접수하는 바람에 ‘사고’가 잦았다. 문화방송 <지금은 라디오 시대> 황구종현 피디는 “당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맡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수백 통의 문자가 쏟아져 당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용량 100통을 넘어버리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보내오는 문자를 한 화면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됐고, 지금은 작가와 피디가 스튜디오 밖에서 전체 문자를 확인하고 간추려 스튜디오 안 컴퓨터에 띄우면 진행자가 이를 방송에 곧장 활용하는 ‘실시간 의사소통’ 방식으로 발전했다.
문자 소통은 라디오 방송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면서 프로그램 성격까지 바꿨다. 황 피디는 “진행자와 청취자가 왁자지껄 흥겨운 놀이판을 벌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출생의 비밀’에 대한 제법 진지한 사연이 소개 된 뒤 누군가 “내 출생의 비밀은 ○○다리 밑에서 주워온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면,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전국 방방곡곡 ‘다리’들이 일제히 문자로 접수되고 이에 얽힌 이야기들로 방송이 한결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이 즐겨 듣는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 쏟아지는 문자는 하루 평균 4천여통. 청취층이 엇비슷한 문화방송 <여성시대>(사진) 역시 하루 평균 1천~4천통의 문자가 접수된다. <여성시대> 안재주 PD는 “예쁜 수필 같은 사연 보다는 고부간 갈등이나 육아 문제 등 누구나 겪는 일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면서 “중장년층 대상 프로그램에서, 문자는 공감대를 넓히는 일종의 ‘추임새’로 자리매김 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즐겨듣는 8~12시 방송 프로그램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 시간대 프로그램들에 접수되는 문자는 하루에 1만통이 넘는다. 한국방송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의 장윤선 피디는 “초대 손님이나 이슈에 따라 하루에 수 만 통의 문자를 받기도 한다”면서 “긴 문자를 보내는데 익숙한 세대라, 매일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청취자들의 의견과 고민 등을 문자로 받아 소개하는 꼭지를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라디오 역시 시사·보도 분야의 문자 활용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한국방송 <김방희 조수빈의 시사플러스>의 윤남중 피디는 “40대 이상 남성들이 주로 듣는데다 참여하는 이들이 찬·반을 넘어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주로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미경/<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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