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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10년의 청춘 바쳐 '넬스러움'을 얻었다”

등록 2008-03-22 09:21수정 2008-03-22 09:59

그룹 넬이 정규 4집 음반 ‘Separation Anxiety‘(세퍼레이션 앵자이어티)를 내고 타이틀 곡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
그룹 넬이 정규 4집 음반 ‘Separation Anxiety‘(세퍼레이션 앵자이어티)를 내고 타이틀 곡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
4집 타이틀곡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활동
천연 외모, 10대의 풋풋한 감성을 지닌 네 젊은이에게 1999년 7월31일은 잊지 못할 날이다. 넬(Nell)이란 밴드 간판을 내걸고 설익은 전의를 불태운 날. 오롯한 열정이 모든 희생을 집어삼키리라 확신하던 때다. 보컬 김종완의 제안으로 조디 포스터 주연의 1995년 영화 '넬'이 새로운 의미를 추가하는 순간이었다.

중학교 동창과 동네 친구들이 모여 넬을 결성한 것은 1998년. 멤버는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으로 1980년생 동갑내기다. 처음엔 김종완이 있던 밴드 아일럿(ilot) 멤버로 하나 둘 들어와 돌아보니 10년의 청춘을 통째로 바쳤다.

홍대 클럽가 인디 밴드 시절, 골방 합주실에서 작업하며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홍대를 오갈 지하철 왕복 승차권만 있으면 보람찬 하루가 보장됐다. 클럽 무대를 대학 캠퍼스로 여기며 수업받듯 착실하게 무대를 밟았다. 좁은 인디 시장이었지만 이름이 알려지고 음악은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탔다.

이후 2002년 초 넬은 서태지컴퍼니의 인디록 레이블 '괴수 인디진'에 영입돼 2003년 6월 발표한 음반 '렛 잇 레인(Let It Rain)'부터 오버그라운드에 진입, 스펀지처럼 대중의 기를 빨아들였다.

2006년 에픽하이의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겼고 1년반 만의 정규 음반인 4집 '세퍼레이션 앵자이어티(Separation Anxiety)'를 내놓았다. '넬스러운' 음악의 테두리를 유지하되 고급스럽고 지적인 변화를 주려 애썼다.

일렉트로닉이 대세인 시장에서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건반 혹은 기타 솔로 반주곡은 심란한 마음의 수면을 가지런하게 만든다. 보컬의 음역대를 좁혀 고음과 저음을 크게 넘나들지 않았고 여성스러웠던 음색은 부드러운 중성의 중량감을 품었다.

CD는 도입부 '세퍼레이션 앵자이어티' '문라이트 펀치 로맨스(Moonlight Punch Romance)'와 타이틀곡 '기억을 걷는 시간'을 통해 소박한 건반의 매력을 잔뜩 펼치다가 '멀어지다' '프라미스 미(Promise Me)' '1:03'에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기타 소리를 풀어낸다. 후반부 곡들은 건반과 기타가 어우러졌다. 멤버들이 50곡을 만들어 26곡을 녹음했고 그중 10여 곡을 추렸다.

'세퍼레이션 앵자이어티'라는 제목에서 그려지듯 4집은 대상에 대한 강한 애착과 집착, 잃었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과 슬픔, 외로움과 불안을 서정성에 녹였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다.


10년간 음악에 질주했던 멤버들의 불안감, 두려움, 상실감의 뿌리는 어디일까.

실용음악과를 중퇴했다는 이정훈은 "음악에 빠지면서 가족의 믿음을 잃었다"며 "부모님이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온 것도 아들이 좋은 대학 들어가서 남부럽지 않게 크길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완은 "어린 시절 전학이 잦아 한 학교에 1년씩 다녔다"며 "궁극적으로는 모두 떠나겠지만 사람을 잃을지 모른다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한 여자를 만나도 오래 만난다(웃음). 때론 열정을 잃기도 하는데 중학교 3학년 때 기타를 처음 배웠을 때가 '열정의 절정'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재경은 "감수성이 무뎌지는 게 두렵다"고 털어놓았고, 유일한 유부남으로 네 살배기 딸의 아빠인 정재원은 "열정을 잃을까봐 두렵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음악과 가정 생활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고충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10년간, 아니 지금 한국에서 넬은 밴드 음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밴드 음악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어려운 건 없어요. 오히려 호황기 시장에서는 판매량의 차이가 극명했지만 지금은 메이저와 언더의 갭이 줄었죠. 요즘은 소외감을 덜 받고 음악하는 것 같아요."(김종완)

멤버들은 "'넬스럽다'는 건 개별 청자가 지닌 느낌"이라며 "멤버들의 개성과 가치가 살아 있으면서도 융화돼 하나의 색깔을 내는 건 분명 밴드의 매력이다. 넬 안에서 무언가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4월4~6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4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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