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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각본 없는 재미’ 각본짜기 무한도전

등록 2008-03-23 19:22

 ‘무한도전’ 작가들
‘무한도전’ 작가들
‘리얼 버라이어티 쇼’ 작가들이 사는 법
<무한도전>은 출연자 여섯 남자뿐만 아니라 피디, 작가, 매니저들까지 모두 유명해졌다. 특히 김태희 작가는 배우 김태희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출연진들이 언급하면서 뒷모습부터 주목받으며 유명인이 됐다. 일일 초대손님으로 참여했던 배우 조인성도 성큼 다가가 악수를 청했을 정도다.

김태희 작가는 이제 출연진과 제작진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만든 카메라 밖 스타다. 얼핏 소녀 팬처럼 녹화를 구경하는 것 같지만 김태희 작가가 하는 일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본을 짜는 일이다. <무한도전>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각본 없는 오락 프로그램’으로 여겨지므로 얼핏 작가들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안에도 작가들이 개입해야 할 일은 끝이 없다. 완전 야생 상황에 던져진 출연진들처럼 예능작가들 역시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하는 중이다.

거의 매일 기획·녹화·편집 참여
정해진 것 없어 되레 역할 무한대
유행 감각은 필수·베끼기는 금물

<해피투게더> 최항서 작가
<해피투게더> 최항서 작가
■ 버라이어티 쇼, 작가들의 삶의 체험 현장 =짜놓은 대로 하면 예상한 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런 공식을 벗어나 ‘리얼’로 가면서 그 이상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 쇼다. 출연진들이 사전 준비한 대본을 보고 찍어 연출한 장면을 내보내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1992년부터 예능작가로 활동해 온 <해피투게더> 최항서 작가는 “작가의 눈으로 봐도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정말 날 것 그대로를 먹는 재미가 보인다”고 말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되면서 제작진의 회의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엔 형식을 미리 짜놓으므로 회의와 녹화, 편집도 정해진대로 이뤄졌지만 이젠 ‘리얼’의 강도가 세지면서 작업도 수시로 이뤄진다. <무한도전>의 경우 ‘월화수목금금금’ 회의하고 녹화해 거의 매일 준비 상태로 지낸다. ‘1박2일’도 여행지만 고르면 될 것 같지만 작가들이 미리 두 번 정도 사전에 답사한다. 출연진들처럼 닭싸움도 해보고, 가마솥 밥도 먹어보며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찾고, 이동 경로에서 할 수 있는 게임거리도 생각해둔다. ‘1박2일’ 이우정 작가는 “제작진들도 텐트에서 자는 등 출연진들과 똑같이 생활한다”고 말했다.

<해피투게더>와 <라인업>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와 각본 있는 쇼의 중간 단계다. <라인업>의 손미나 작가는 “진행자들이 짜인 대본에서 역량을 더 발휘하므로 준비가 제대로 된 상황이어야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이렇게 짠 대본이 있지만 가상일뿐 실제 녹화를 하면 날 것에서 오는 재미들이 추가된다. <라인업>에 출연하는 8명 중 대본에 대사가 있는 이는 진행을 맡은 이경규와 김용만 뿐이다. <무한도전>이나 <해피선데이>보다 짜인 형식을 갖고 있어도 이들이 다른 출연진들의 대화를 유도하게끔만 대본을 쓴다.


<공포의 쿵쿵따> <여걸식스> <엑스맨> 등을 하던 시절만 해도 작가들이 하는 일은 ‘쿵쿵따’ ‘쥐를 잡자’ ‘당연하지’같은 게임과 벌칙 개발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예 형식과 틀이 없어지다보니 ‘이번 회에는 뭐할까’ 수준의 더 큰 차원의 고민이 작가들을 괴롭힌다. 무형식 진행으로 소품도 바뀌고 있다. 예전엔 정한 상황에 맞게 작가들이 소품팀에 샅바, 박, 대머리 가발, 뿅망치 등을 신청했다면 이젠 하나로 여러가지 예상 못한 것들을 끌어낼 수 있는 소품들을 찾는다. 출연자들의 먹을 것에 대한 욕구와 몸 개그를 그때 그때 끌어내는 소품인 <무한도전>의 바나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스튜디오 촬영 때 작가들이 스케치북에 “00를 질문하세요”라고 쓰며 녹화를 지켜보던 것은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선 우아한 일이 됐다. ‘1박2일’ 이우정 작가는 “정해진 게 별로 없어 작가들의 역할도 끝이 없다는 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 출연자와 함께 작가들도 무한 경쟁 = 캐릭터가 살아야 프로그램도 사는 것이 요즘 추세다. 그렇다면 ‘초딩’ ‘꼬마’ ‘허당’처럼 출연자를 특징짓는 캐릭터도 작가들이 구상하는 걸까? 작가들은 한결같이 “캐릭터를 억지로 잡아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응용되는 것이어야 생명력이 있다고 한다. 시청률에 민감한 주말 버라이어티 쇼의 경우 작가들의 경쟁도 심하다. 형식과 틀이 사라지고 고정된 출연진들이 다양한 도전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면서 소재가 겹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무한도전> 주기쁨 작가는 “자기 프로그램이 떳떳하면 표절 논란 같은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형식들이 엇비슷해지면서 리얼 자체가 식상해지는 것은 걱정”이라고 전했다. 프로그램에 따라 4~7명까지 팀을 이루는 작가들은 연차에 따라 섭외, 대본, 기획 및 프로그램 전체 조율 등을 나눠 맡는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막내부터 선임까지 “아이디어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

프리랜서인 작가들은 동시에 2~3개씩 프로그램을 맡기도 하는데, 예능작가들 사이에도 불문율은 있다.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은 동시에 하지 않으며, 다른 프로그램에서 썼던 아이디어를 자기것처럼 쓰지 않는 것이다. 최항서 작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선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의 아이템 협의가 중요하므로 예능작가들에겐 트렌드와 공감대를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인간적인 매력, 피디를 안심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년 봄,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분명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대신 경쟁도 가장 치열하고, 작가들도 무한 경쟁 속에서 피말리는 하루를 산다.

김미영 <씨네 21> 기자 instyle@hani.co. 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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