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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방송가 영토싸움 드라마로 ‘자기 폭로’

등록 2008-03-30 20:21

수·목 드라마 1위 SBS ‘온에어’의 매력
수·목 드라마 1위 SBS ‘온에어’의 매력
수·목 드라마 1위 SBS ‘온에어’의 매력
작가 배우 피디 등 제작 관련자
감칠맛 나는 대사·반전 ‘짜릿’

드라마 만드는 과정을 다룬 에스비에스 드라마 <온에어>는 시청률 13.5%로 시작하더니 7회째 20%를 넘어서며 수·목 같은 시간대 선두 자리를 굳혔다. 김은숙 작가, 신우철 피디는 전작 <파리의 연인> 등에서 밝고 통통 튀는 느낌만 정제해 낸 뒤 의학드라마 <하얀거탑>이 보여줬던 냉혹한 현실의 논리에 섞어 독특한 향을 만드는 중이다. 한국 드라마의 공식을 비판하고,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전면에 그려내며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싸움닭들의 전면전 신선하고 사실적이기만 하면 많이 보나? 드라마 제작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었다면 더 인기를 끌었을까? <온에어>를 보는 재미의 고갱이는 싸움 구경이다.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이 캐릭터가 확실하고, 누가 이길지 모르게 엎치락 뒤치락해야 볼만한 싸움이다. 자기를 모욕하면 신의 뺨이라도 칠 도도한 스타 오승아(김하늘), “흥행 제조기”이지만 동시에 “망발 제조기”로도 불리는 콧대 높은 철부지 작가 서영은(송윤아), 깊이 있는 드라마를 꿈 꾸지만 현실 감각은 모자라 보이는 피디 이경민(박용하), 정도를 간다는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무능한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온에어> 주인공 4명은 연애는 뒷전이고 상대의 코피라도 봐야 끝을 내는 싸움닭들이다.

오승아는 대놓고 “착한 사람 싫다”고 말한다. “좋고 싫은 것도 불분명하고, 상처 잘 받고…. 그런 사람들이 더 나쁜 거 아닌가?” 이들은 오직 자신이 처한 현실의 논리와 욕망으로만 움직인다. 입체적으로 구축된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영역을 지니고 영토 싸움을 벌여나간다. 오승아-서영은, 서영은-이경민, 장기준-오승아 등으로 전선을 바꿔가며 전면전을 치른다.

한 장면 안에서도 대사마다 예상을 배신한다. 이경민에게 신세 진 오승아가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자리, 오승아는 “우리는 닮은 점이 많다”며 이경민을 띄우더니 이내 “데뷔 감독 작품은 안 한다”고 냉혹하게 뒤통수 친다. 주인공끼리 이해와 반목이 엇갈리고, 오승아와 그의 전 소속사 사장 진상우 사이에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드라마 속 드라마는 편성에서 빠졌다가, 주제가 바뀌었다가, 주인공이 교체되는 회오리 바람을 탄다.

드라마, 자신을 향한 전면전 “작가님은 그렇게 자존심이 세셔서 하시는 드라마 마다 피피엘(간접광고)로 범벅을 하시나 봐요?”(오승아) “오승아씨 같은 배우가 회당 이천(만원)이나 가져가니까.”(서영은) “작가님도 회당 이천이라면서요.”(오승아) 방송 관계자들은 <온에어>의 방송가 묘사에 대해 “사실에 바탕을 둔 극적 과장”이라고 말한다. 회당 4천만원 넘게 받는 배우, 2천만원 넘게 받는 작가가 있고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외주제작사들이 투자와 배우 출연을 조건으로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 등도 대체로 사실이라고 말한다.

물론 극적인 과장과 허구도 버무렸다. 김은숙 작가는 “여기가 얼마나 정치적인 곳인데 나중에 그 사람이 어떻게 될 줄 알고 배우와 작가가 그렇게 싸우겠나”라며 “오승아, 진상우 등도 가공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온에어>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아슬아슬 지워버린다. 실제 이름과 이미지를 드라마 속으로 끌고 들어간 전도연, 강혜정 등 깜짝 출연자들도 한몫한다.


<온에어>는 거의 드라마에 대해 자아비판하며 시청자들의 드라마에 대한 불만을 은근히 대변해 준다. “(미국 드라마 보면서) 왜 안 배우세요? 미드(미국 드라마)엔 재벌, 출생의 비밀 그런 거 안 나오던데.” 오승아가 묻자 서영은은 받아친다. “미국 배우들은 워낙 연기를 잘해서…. 대사가 무슨 껌인 줄 아는지 두 줄만 넘어가면 씹기 바쁜 배우한텐 무리죠.”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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