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합’을 벌일 장항준(왼쪽)감독과 ·김정우(오른쪽)감독.
장항준,김정우 감독
극장·TV용 영화 1편씩
시청률과 관객수 시합
극장·TV용 영화 1편씩
시청률과 관객수 시합
영화감독 두 사람이 영화를 만들어 극장과 텔레비전에 작품을 걸고 관객 수와 시청률로 경쟁을 벌이는 ‘영화 시합’이 벌어진다. 케이블채널 오시엔 주최로 열리는 이번 영화 승부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의 장항준 감독, 〈구세주〉 〈최강로맨스〉의 김정우 감독이 각각 영화 2편씩을 만들어 한 편은 극장, 한 편은 텔레비전 영화채널 오시엔에서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격과 취향이 반대인 남녀의 동거 이야기인 장항준(왼쪽) 감독의 〈전투의 매너〉와 귀신과의 연애를 그린 김정우(오른쪽) 감독의 〈색다른 동거〉가 17일부터 최소 일주일 동안 롯데시네마 20개관에 걸리고 관객수를 따진다. 이어 25일 밤 11시부터 오시엔에서 생계를 위해 성인용품을 파는 고지식한 학원강사의 이야기 〈음란한 사회〉(장항준)와 연애엔 숙맥인 교수와 띠동갑 제자의 연애담 〈성 발렌타인〉(김정우)을 내보내 시청률을 따진다. 1:1 무승부가 되면 5월9일께 오시엔에서 두 작품을 튼 뒤 시청자 투표로 ‘승자’를 가린다. 지금까지 영화감독이 연출작을 극장과 텔레비전에서 차례로 내보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게임 형식으로 개봉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영화계가 침체되어 있고, 또 워낙 영화 제작이 많아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련한 마케팅 이벤트라고 볼 수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영화를 시청률과 관객 수로 판가름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홍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사자인 장 감독은 〈씨네21〉 인터뷰에서 “져도 좋고 이겨도 좋다”며 “마케팅 차원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영화가 영화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건 좀 껄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예산 영화가 충무로에서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결보단 작품에 애정을 갖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합은 극장용 영화 이외의 상품을 개발하려는 영화사 쪽과 케이블채널의 이해가 맞물린 현상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들을 제작한 영화사 드림픽쳐스의 김영심 실장은 “제작비가 극장용보다 적게 드는 소품 중 텔레비전에 적합한 것들이 많으므로 이를 활용해 다양한 창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들의 제작비는 편당 약 2억5천만원으로 30억~40억원씩 드는 보통 상업영화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케이블채널로서는 영화계 인력을 활용한 작품으로 지상파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이점을 노린다. ‘티브이무비’라는 수식어를 방영물에 붙이는 오시엔 쪽은 “영화채널로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팬과 시청자를 모두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김미영 〈씨네21〉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오시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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