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플중계석’
댓글 풍자 개그 ‘리플중계석’ 인기 타고 실제 댓글로
인터넷 게시판에 “공부 안 하고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고 푸념해도, 정치·경제에 대한 진지한 지적을 올려놔도, 뜬금없는 댓글 “이게 다 박성호 때문이다”가 들러 붙는다. 누리꾼들이 댓글을 반복해 이어붙이는 ‘댓글놀이’ 가운데 하나다. 의미? 애초에 그런 건 없다. 한 만화의 대사 “그럼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를 의미없이 달아주는 것처럼 그냥 맥락 없이 쓰는 것이다. 차이점은 ‘박성호 때문이다’는 누가 퍼트렸는지 명확하다는 것이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리플중계석’이다. 댓글의 특징들을 잡아내 개그로 푸는 이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유행어가 실제 댓글놀이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인터넷 댓글를 소개하는 재미는 오락프로그램 <상상플러스> 등에서 이미 활용했다.<개그콘서트>의 ‘리플중계석’은 실제 댓글을 소개하지 않고 그 속성을 가져와 비꼰다. 신인 개그맨 두 명이 어설픈 개그를 선보이면 이에 대한 가상 댓글을 개그맨 박성호와 김대범이 스포츠 중계하듯 알려준다. 이 코너에서 김대범은 전직 ‘프로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로 “48명을 우울증에 빠뜨리고 부부 20쌍을 이혼하게 한 경력이 있는” 고수다. 코너를 시작하자마자 박성호가 가상 댓글을 소개한다. 다짜고짜 “이 코너 당장 폐지하라”라는 것이다. 신인 개그맨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가슴 노출이다, 기분 나쁘다”는 댓글이 달리고, 이를 인터넷 신문이 “<개그콘서트> 가슴노출 의혹”이라는 기사로 옮기며, 그 사이 사이에 난데없이 “이게 다 박성호 때문이다”라는 댓글이 계속 붙는 과정을 박성호 김대범이 전달한다.
댓글 내용과 아이디를 반어적으로 엮는 방식은 아슬아슬한 재미를 준다. “발음이 안 좋다”는 비난성 댓글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가 현실에서 발음이 부정확한 편인 배우 권상우 최지우 등이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개콘> 재미 없다”라는 댓글을 스스로 만들어 퍼트려버린다.
이 코너 아이디어를 낸 김대범은 “개그맨들은 악플을 많이 받는데, 화도 나지만 재치 있는 댓글이 많아 자주 낄낄거린다”며 “악플에 대한 풍자의 색깔을 드러내 각색하면 호흡이 빨라 재미있고, 개그에 대한 비평까지 직접 할 수 있는 독특한 코너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온갖 비난성 댓글에 시달리는 신인 개그맨에 대한 묘사는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을 샅샅이 뒤져 아이디어를 찾는데 “요즘에는 ‘상근이’(오락프로그램 <해피선데이>에 나오는 개)에게도 악플이 달린다”고 전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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