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결혼했어요’ 전성호 피디
리얼리티쇼 ‘우리 결혼했어요’ 전성호 피디
“부부처럼 얼굴 닮은 사람 끼리 짝지어”
”형돈-사오리 그렇게 싸울 줄은 몰랐다”
“부부처럼 얼굴 닮은 사람 끼리 짝지어”
”형돈-사오리 그렇게 싸울 줄은 몰랐다”
진짜? 가짜? 10%대였던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시청률을 14%대로 끌어올린 추동력 ‘우리 결혼했어요’ 꼭지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시청자를 붙들고 있다. 신애-알렉스, 사오리-정형돈, 솔비-앤디, 서인영-크라운 제이의 가짜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데 시청자들은 ‘신애와 알렉스는 정말 사귀나’, ‘정형돈은 원래 가부장적이냐’ 등 궁금증을 쏟아내며 이 가상 공간에 몰입한다. 각본 없이 출연자들의 본모습 일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우리 결혼했어요’는 <무한도전> 등 한국 오락프로그램의 주류가 된 ‘리얼 버라이어티’의 맥을 잇는다. 여기에 몰래카메라, 외국 리얼리티프로그램, 스튜디오 토크쇼의 특징을 섞은 이 꼭지는 주류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독특한 변종이다. 이 꼭지를 만드는 전성호(34) 피디는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나도 출연자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누구와 누가 결혼한다면 어떨까’라는 기획은 4년 전부터 방송사에 떠돌았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전 피디는 “4년 전에 방송됐다면 몇몇 마니아들만 이해하는 프로그램이 됐을 것”이라며 “<무한도전> 등이 인기를 끌면서 시청자들이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보는 법칙을 학습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출연자들의 질투, 분노 등 자연스러운 감정과 캐릭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시청자들이 알게 된 거죠.”
애초 커플을 짝지은 건 제작진이다. 기획단계에서 한 출연자당 2~3시간씩 ‘장은 어떻게 보나’ 등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심층 인터뷰를 했다. “얼굴이 닮은 사람들끼리 짝을 만든 거예요. 부부는 얼굴이 닮잖아요. 알렉스는 다정하고 신애는 현모양처형이며 정형돈은 가부장적인 면모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죠.” 매회 촬영 전에 다시 구체적인 상황을 주고 인터뷰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간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나올 만한 과제, 즉 ‘김장’ 등을 각 커플에게 던진다.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프로그램을 찍을 때 이외에 개인적인 연락은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방송 이외의 영역에서 확 친해지거나 확 사이가 틀어지면 프로그램이 쫓아가기 어렵거든요.”
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는 날것의 느낌이 생생하다. ‘신상(신상품)’을 사달라고 조르며 가짜 남편 크라운 제이를 쥐락펴락하는 서인영, 머리는 까치집을 하고 촬영분 대부분을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사오리를 부려먹는 정형돈 등의 모습은 그들 본연의 캐릭터를 내비친다. “‘컨셉’은 정해주지 않아요. 출연자들이 하는 대로 던져놓는 거예요. 우리도 형돈과 사오리가 그렇게 싸울 줄 몰랐어요. 인영과 크라운 제이가 취향이 비슷한 건 알았는데 이삿짐을 보니 액세서리, 화장품까지 똑같아서 웃었어요.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순발력 있게 맞춰가는 수밖에요.” 2주에 5차례 촬영하고 한 커플당 한번에 대략 15~20시간씩 찍는다. 되도록 두 사람이 스태프를 의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가상의 설정이지만 구체적인 관계 속에 들어가면 자기 자신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많은 부분이 진짜일 거라 생각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짜 그 사람인지는 정확히 모르고 큰 의미도 없죠.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저와 인터뷰하는 저 중에 누가 진짜 너냐고 묻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요. 사람은 관계 속에서 계속 달라지니까요.”
글·사진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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