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상계동 올림픽' 등 깊은 울림이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김동원 감독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끝나지 않은 전쟁'을 들고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왔다.
제목 그대로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뼈 아픈 증언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다.
독립적인 다큐 작업을 해 왔던 그는 유엔인권정책센터가 기획하고 글로벌 프로젝트를 주로 맡는 제작사와 손잡아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작업방식을 많이 바꿔야 했다. 영화가 분명한 제작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4일 밤 전주 고사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해외 방송용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한국 관객보다 외국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며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애써 벗어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를 알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널리 알리고 각국 의회가 일본 정부의 사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이 영화의 첫 번째 목적입니다. 두 번째 목적은 일본이 주장하는 논리가 왜 잘못됐는지 반론을 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작업이 진척되지 않았다. 그는 "제 안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심경을 바꿔놓은 것은 지난해 봄 위안부 동원에 강압성이 없었다는 일본 우익세력의 워싱턴포스트 광고였다. "열 받기 시작했다"는 그는 지난해 7월 촬영에 들어갔고 한달 전에 영화를 완성했다.
다큐멘터리의 대부분은 한국, 필리핀, 네덜란드,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차지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과 강제로 군에 끌려가 겪은 참혹한 일들, 종전 후에도 씻기지 않는 상처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희에게 자문을 준 분들은 서류 같은 확증을 많이 제시하기를 바랐고 저는 그보다는 할머니들 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했죠. 일본이 할머니들 얘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한 증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할머니들의 목소리지 서류가 아니니까요."
그는 전작들에서는 촬영 대상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을 피사체가 아닌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진짜 삶의 모습을 잡아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여건상 이런 작업 방식을 버려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할머니들을 인터뷰하는 부분은 다 힘들었습니다. 사전에 할머니들과 만날 수가 없었고 다짜고짜 가서 촬영해야 했죠. 이렇게 작업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번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외국 할머니 경우에는 찾아간 지 몇 분 만에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인터뷰를 한 경우도 있었죠." 그러다 보니 전작들에서는 카메라 앞에 거리낌없이 섰던 그도 이번 영화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내가 개입을 할 수도 없고 하면 안 되는 영화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과 여성으로 주제를 심화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지만 초점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포기했다. "전쟁이 있는 곳에는 강간이 있었습니다. 많은 곳에서 위안소 제도가 있죠. 전쟁과 여성에 대한 얘기이니 주제를 심화하고 싶었지만 일본 사죄 결의안 채택에 초점을 맞추자는 주문이 많았어요." TV 방송용으로 제작됐지만 아직 국내 방송은 어려워 보인다. 어렵게 입을 연 한국 할머니가 국내 가족들에게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 방송에는 반대한 것. "영화제나 상영회는 얼마든지 하라고 하세요. 그런데 방송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미리 짐작 했지만 모든 분이 기구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어요. 촬영했지만 끝내 등장하지 않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지금도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고 있는 할머니들 얘기를 계속 해야 합니다. 이웃의 하나로서 껴안아야 하는 거죠." 그는 이제 미뤄 뒀던 '상계동 올림픽' 뒷 이야기로 돌아갈 계획이다.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들려 했으나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미뤄뒀던 것. "'상계동 올림픽' 얘기는 특별한 사건을 담는 게 아니라 융통성이 있는 얘기라 미룰 수 있었죠. 거기에 다시 발동하고 있습니다." (전주=연합뉴스)
그는 전작들에서는 촬영 대상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을 피사체가 아닌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진짜 삶의 모습을 잡아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여건상 이런 작업 방식을 버려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할머니들을 인터뷰하는 부분은 다 힘들었습니다. 사전에 할머니들과 만날 수가 없었고 다짜고짜 가서 촬영해야 했죠. 이렇게 작업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번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외국 할머니 경우에는 찾아간 지 몇 분 만에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인터뷰를 한 경우도 있었죠." 그러다 보니 전작들에서는 카메라 앞에 거리낌없이 섰던 그도 이번 영화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내가 개입을 할 수도 없고 하면 안 되는 영화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과 여성으로 주제를 심화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지만 초점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포기했다. "전쟁이 있는 곳에는 강간이 있었습니다. 많은 곳에서 위안소 제도가 있죠. 전쟁과 여성에 대한 얘기이니 주제를 심화하고 싶었지만 일본 사죄 결의안 채택에 초점을 맞추자는 주문이 많았어요." TV 방송용으로 제작됐지만 아직 국내 방송은 어려워 보인다. 어렵게 입을 연 한국 할머니가 국내 가족들에게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 방송에는 반대한 것. "영화제나 상영회는 얼마든지 하라고 하세요. 그런데 방송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미리 짐작 했지만 모든 분이 기구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어요. 촬영했지만 끝내 등장하지 않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지금도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고 있는 할머니들 얘기를 계속 해야 합니다. 이웃의 하나로서 껴안아야 하는 거죠." 그는 이제 미뤄 뒀던 '상계동 올림픽' 뒷 이야기로 돌아갈 계획이다.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들려 했으나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미뤄뒀던 것. "'상계동 올림픽' 얘기는 특별한 사건을 담는 게 아니라 융통성이 있는 얘기라 미룰 수 있었죠. 거기에 다시 발동하고 있습니다."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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