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주성
EBS ‘모여라…’ 인기 캐릭터로 꼬마 팬 사로잡은 서주성씨
5월이 그 누구보다도 바쁜 사람은? 어린이들의 우상으로 장수하고 있는 교육방송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의 인기 캐릭터 ‘번개맨’이다. 어린이들의 달, 가족의 달 5월에 번개맨을 부르는 공연이 줄을 이었다. 번개맨이 등장한 지 올해로 벌써 9년째, 하지만 번개맨이 실제 누구인지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번개맨의 실제 나이는 35살, 연기자 서주성씨가 바로 번개맨이다.
서씨가 번개맨이 된 것은 2000년. <모여라 딩동댕> 제작진이 “수퍼맨 같은 토종 영웅 캐릭터를 만들자”고 기획하면서부터다. 촉망받는 뮤지컬 배우였던 서씨는 97년 문화방송 <뽀뽀뽀>에 출연하면서 어린이극에 발을 디뎠고, 당시 교육방송으로 옮겨 활동하다가 번개맨으로 낙점됐다. “몸에 붙는 의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담스러워요. 복근 운동을 열심히 하죠. 번개맨이 배가 나오면 어떻게 번개처럼 출동하겠어요.(웃음)”
번개 맞은 머리에 색안경, 장갑과 부츠를 착용한 번개맨은 악당들이 친구를 괴롭힐 땐 어김없이 나타난다. 꼬마 팬들이 “번개맨! 번개맨!”을 외치면,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서씨가 날렵한 앞차기와 이단 옆차기를 선보이며 등장한다. 공개방송 형식인 <모여라 딩동댕>은 전국을 돌며 한 고장에서 하루 3차례씩 다른 주제로 공연하고, 이를 녹화해 매주 한 회 방송한다. 격주에 한 번 공연을 하므로 한 달에 총 6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셈. 지난해엔 뮤지컬 <번개맨>이 제작됐고, 다른 뮤지컬에 특별 출연하는 일도 잦아서, 서씨가 가면을 벗는 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의상을 벗으면 못 알아보죠.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번개맨 옷을 입으면 ‘짝퉁이다!’라며 놀려요. 뮤지컬 <번개맨>은 원래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아이들이 다른 번개맨을 인정 안 하는 바람에 그 배우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 사건은 가면을 쓰든 벗든 자신이 유일한 ‘번개맨’이란 걸 깨닫고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가발과 색안경을 벗은 서씨는 그냥 ‘배우’다. 최근 촬영한 영화 <신기전>에선 ‘무생’이란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스태프들은 아무도 그를 몰라봤다. “배우로서 더 유명해지고 나이를 먹어도 번개맨으로 남고 싶다”는 그는, 얼마전 5살배기 아들이 “이젠 번개맨보다 ‘마법전사 유캔도’가 좋다”고 하는 바람에 속이 좀 상했다.
글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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