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호(왕비호감)’ 윤형빈(29).
욕먹는 요즘이 더 행복해요
괴상한 검은 눈 화장에 핫팬츠를 입고 한국방송 2텔레비전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 ‘봉숭아 학당’을 마무리 짓는 ‘왕비호(왕비호감)’ 윤형빈(29). 그는 만나자마자 “드디어 안티팬이 1만명을 넘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10만 안티팬 양병설’을 내건 그는 인기 스타들을 작정하고 씹어대며 대놓고 안티팬을 끌어모았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원더걸스” “소녀시대, 학교는 가냐?” 그가 독설을 내뱉을 때마다 안티팬은 결집했다. 그리고 결정타.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이 <개그콘서트> 방청석에 앉아 있는데 그는 슈퍼주니어 13명의 이름을 외더니 “이중에 너는 누구냐”라고 김희철에게 물었다. 윤형빈은 “그걸로 안티팬이 껑충 뛰었다”며 웃었다.
왜 그는 작정하고 욕을 먹기로 한 걸까?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재용이의 순결한 19>나 김구라씨처럼 연예인들끼리 서로 ‘까는’ 게 오락프로그램의 대세가 됐어요. 이 큰 흐름을 개그콘서트 형식에 맞춘 거죠.” 그는 ‘왕비호’가 될 때마다 괴상한 춤과 비호감 결정체인 패션을 선보이며 등장한다. “윤형빈으로는 절대 하지 못할 것들만 모았어요. 마스카라를 칠하면 자신감이 생겨요. 선글라스를 끼면 다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죠. 저는 원래 듣기 싫은 소리를 잘 못해서 저를 알던 사람들은 왕비호가 의외라고 해요.”
그가 등장한 첫 주 <개그콘서트> 게시판 사이트는 “뜨려고 별짓 다한다”며 윤형빈을 욕하는 말로 도배됐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윤형빈의 살해를 청부한다’는 글이 떠다녔다. “뜨려고 한 거 맞아요. 관심 받지 못한 지난 3년보다 욕먹는 요즘 두 달이 훨씬 더 행복해요.”
2005년 개그맨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제까지 튀는 역할을 돕는 구실을 했다. “방송용 은어로 ‘니주’라고 하는데 매력 있는 역할이에요. ‘니주’가 바닥을 잘 깔고 포인트를 잘 짚어야 튀는 캐릭터가 살거든요.” 그가 왕비호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4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치니 “안 웃겨”라는 글이 떴을 때다.
무조건 센 욕을 해대면 될 것 같지만 매회 소재를 찾아 구성하는 게 녹록한 일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공감할 만하고 당사자들은 씁쓸해하지 않을 수준으로 수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그는 스타의 팬카페, 안티카페를 돌아다니거나 방송을 모니터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또 자신의 안티카페 회원수도 꼼꼼하게 확인한다. “안티가 있어야 관심을 받죠. 시청자들이 방송 콘셉트에 적응해 가면서 안티팬이 오히려 줄고 있어 불안해요.(웃음)”
김소민 기자 사진 코미디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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