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영·김구라
나, 속물이거든! 너는 안 그래?
감추지 않는 물욕과 거침없는 직설
안티 많지만 치부 건드리는 재미도 가식 없는 ‘속물 이미지’가 뜬다. 리얼리티쇼에서 인기를 끄는 가수 서인영이나 뒷담화식 토크쇼에서 입담을 과시하는 김구라는 남들이 속물로 보일까 두려워 꺼내놓지 않는 ‘물욕’을 직설적으로 공개한다. 속물 이미지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모습은 솔직함의 증거로 대중에게 다가가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게 대세인 오락프로그램의 재미를 보탠다. ‘신상(품)’과 ‘서방’은 요즘 서인영을 대표하는 두 낱말이다. 그는 문화방송 리얼리티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에서 가상 부부를 맺은 가수 크라운제이를 ‘서방’이라 부르며 신상품 구두를 사달라고 졸라댄다. 7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김구라는 보통 초대 손님의 수입 등 남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한다. 김구라의 ‘속물적’ 독설은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 코너 등을 고상한 방송 세계가 아니라 친구들 사이의 뒷담화처럼 시청자들이 가깝게 느끼게 한다. 두 사람 모두 확실한 안티팬과 지지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서인영과 김구라의 ‘속물성’은 다른 색깔을 띤다. 서인영의 안티팬들은 그를 ‘된장녀’라고 비난하지만, 사실 신상품 구두에 대한 집착은 서인영 개인의 ‘취향의 문제’다. 이에 비해 김구라의 ‘속물성’은 사람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그는 좋게 말해 실용주적인 태도로 상대의 경제적 효용 가치와 사생활을 파고 든다.
“신상이 좋아”, 서인영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서인영은 자신이 아끼는 신발을 “내 자식들”이라고 부른다. 그는 애교와 막말로 크라운제이를 구워삶는 데 도가 텄다. 서인영이 카이스트에서 청강하는 과정을 따라다니는 엠넷 리얼리티쇼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 그는 전공책은 달랑 한 권, 패션 잡지책은 10권을 사고 난 뒤 책방 학생에게 “새 잡지 나오면 전화 달라”고 말한다. 그는 김용범 피디가 중간고사를 통과하면 명품 구두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출연하게 됐다.
<카이스트> 초반에는 게시판에서 “개념 없는 서인영”이라는 비판이 대세였다. 그런데 회가 지날수록 “주관이 뚜렷해 멋지다” 등 호감 댓글이 크게 늘어가고 있다. <카이스트>의 김 피디는 “욕망을 속 시원하게 드러내며 싫고 좋고를 분명히 밝히니까 통쾌하다는 반응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시험 공부하면서 “다이아몬드와 연필의 흑연은 성분이 모두 탄소로 같다”고 카이스트 친구가 알려주면 서인영은 “뻥 치시네”라고 답한다. 그러나 <카이스트>에서 서인영은 천진난만하지만 철부지는 아니다. 새벽 4시까지 뮤직비디오를 찍고 난 뒤 퉁퉁 부은 얼굴로 아침에 영어 중간고사를 대비해 카이스트 친구를 만나러 나온다. 8년차 연예인으로 프로인 그는 ‘너 카이스트야? 나 서인영이야!’라는 식의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백은하 <매거진t> 편집장은 “서인영은 돈만 밝히는 아이가 아니라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조정해가는 여자의 이미지를 지녔다”고 분석했다. 여성팬이 늘어나는 이유다.
“얼마나 버니?”, 김구라
‘라디오스타’에 그룹 에픽하이가 나왔을 때다. 타블로, 미쓰라진, 디제이 투커츠가 멤버인데 김구라는 투커츠에게 대놓고 묻는다. “너는 대체 하는 일이 뭐냐?” 그는 이들이 수입은 어떻게 나눠갖는지 저작권료는 누가 챙기는지를 따졌다. 사귀었던 연예인 이름을 말하라고 닦달하고 머릿글자라도 적으라고 몰아간다. 김국진의 이혼 경력을 들먹이며 ‘이별의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그는 “돈이 되냐?”는 질문을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도 연방 던진다.
1993년 데뷔한 그는 2004년 한국방송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기까지 ‘아웃사이더’였다. 인터넷방송에서 여성 연예인들을 비하한 발언은 그에게 원죄처럼 따라다닌다. 그런 그가 지상파에서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여운혁 문화방송 책임피디는 “인터넷으로 연예인에 대한 신비감은 없어졌다”며 “지상파에서 안 그런 척 고귀한 척 해봤자 시청자들은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방송 카메라 속 세계와 현실 사이 간극이 있었지만 요즘엔 연예인들의 세계와 시청자들의 세계가 다르지 않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다. 김구라는 돈에 대한 욕망과 다른 사람의 치부에 대한 궁금증 등 ‘속물성’으로 점잖은 방송과 치졸한 현실의 ‘간극’을 메워주는 구실을 하는 셈이다. 그의 막말은 상대를 짓밟고서라도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으로 비쳐 안티팬을 모은다. 하지만, “(수입산) 쇠고기 육회를 먹느니 삼겹살을 씹어먹겠어” 등의 독설로 한편으론 생활인들에게 후련함을 안겨준다.
김구라는 아들 동현이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고단한 생활인의 이미지가 더해지기도 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안티 많지만 치부 건드리는 재미도 가식 없는 ‘속물 이미지’가 뜬다. 리얼리티쇼에서 인기를 끄는 가수 서인영이나 뒷담화식 토크쇼에서 입담을 과시하는 김구라는 남들이 속물로 보일까 두려워 꺼내놓지 않는 ‘물욕’을 직설적으로 공개한다. 속물 이미지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모습은 솔직함의 증거로 대중에게 다가가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게 대세인 오락프로그램의 재미를 보탠다. ‘신상(품)’과 ‘서방’은 요즘 서인영을 대표하는 두 낱말이다. 그는 문화방송 리얼리티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에서 가상 부부를 맺은 가수 크라운제이를 ‘서방’이라 부르며 신상품 구두를 사달라고 졸라댄다. 7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김구라는 보통 초대 손님의 수입 등 남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한다. 김구라의 ‘속물적’ 독설은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 코너 등을 고상한 방송 세계가 아니라 친구들 사이의 뒷담화처럼 시청자들이 가깝게 느끼게 한다. 두 사람 모두 확실한 안티팬과 지지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서인영과 김구라의 ‘속물성’은 다른 색깔을 띤다. 서인영의 안티팬들은 그를 ‘된장녀’라고 비난하지만, 사실 신상품 구두에 대한 집착은 서인영 개인의 ‘취향의 문제’다. 이에 비해 김구라의 ‘속물성’은 사람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그는 좋게 말해 실용주적인 태도로 상대의 경제적 효용 가치와 사생활을 파고 든다.

“신상이 좋아”, 서인영

“얼마나 버니?”,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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