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네게 반했어>
KBS ‘난 네게…’ 자극적 소재 없이 마니아들에 인기
개성 강한 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방송 2텔레비전 <난 네게 반했어>(연출 이건준, 극본 박지숙·사진)가 ‘무공해 아침드라마’로 인기다. “아침을 웃으면서 열 수 있는 드라마”라고 장담했던 제작진의 말대로 이제 막 50회를 넘긴 드라마에선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같은 자극적인 소재나 작위적인 설정은 튀어나온 적이 없다.
기존 아침드라마들과 다른 행보를 걷는 낯선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게시판에 글을 남긴 방미영(hajeema)씨는 “오랜만에 불륜과 음모에서 벗어난 드라마를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봅니다”라고 했고, 윤진희(meorys)씨도 “발랄하고 통통 튀면서 상투적이지 않다. 아침드라마로 편성된 게 이해가 안 갈 정도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중독성 있는 자극적 소재가 없으니 <난 네게 반했어>의 시청률은 7~8%대로 낮은 편이다. 보육원에서 자란 의자매가 교통사고로 엇갈린 운명을 살게 되는 에스비에스 <물병자리>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의붓자매의 갈등을 그린 문화방송 <흔들리지마>가 ‘독한 언니와 착한 동생의 이야기’로 시청률 상위를 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건전한 소재는 시청률과 반비례한다는 아침드라마의 속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결과다.
그렇지만 ‘억척 아줌마의 신데렐라 이야기’나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에 길들여진 아침드라마의 주요 시청자들 대신 <난 네게 반했어>는 단막극의 신선한 소재와 신인 배우들에 환호하는 드라마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 이외에 <제주도 푸른 밤> <도망자 이두용> 등을 쓴 박지숙 작가는 “시청자가 달라는 음식을 안 주고 내가 주고 싶은 메뉴, 쓰고 싶은 것를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법 없이도 살 화목한 가정인 우진(윤희석)·우정(김빈우)이네, 무례하고 뻔뻔한 지훈(김태훈)·지원(박다안)이네, 애증으로 똘똘 뭉친 민서(김현성)·민선(신동미)이네가 싸우고 정들며 살아가는 <난 네게 반했어>에서 현재 표면상으로 드러난 갈등은 우진과 지원, 우정과 지훈이 사귀면서 생긴 겹사돈 문제다. 박지숙 작가는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는 갈등도 반대로 풀 생각”이며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잘돼 아침드라마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씨네21>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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