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브 포토-소리로 보는 DMZ>(사진)
한민족방송 60주년 특집 다큐 ‘라이브 포토…’ 25일 방송
북으로 가는 남방한계선 ‘금강통문’이 열린다.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오직 ‘소리’로 듣는다. 무전 치는 소리, 자동차 소리, 다시 들리는 문 소리. 금강통문이 닫히고 버스가 개성으로 출발한 것 같다. 북쪽 안내원이 삼일포를 소개하는 목소리가 유창하고 낭랑하게 이어진다.
디엠제트(비무장지대) 지역의 생태 혹은 역사적 의미와 현재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들은 많았지만, 그곳의 ‘소리’를 기록해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완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민족방송이 60주년을 맞아 기획·제작한 <라이브 포토-소리로 보는 DMZ>(사진)가 오는 25일 한민족방송(AM 972, 1134 밤 11시)과 한국방송 제1라디오(FM 97.3 오전 10시10분)에서 방송된다.
6개월 동안 비무장지대의 온갖 ‘소리’들을 수집해 만든 <라이브 포토-소리로 보는 DMZ>엔 ‘해설’이 거의 없다. 제작진과 동행한 사진작가 양종훈 상명대 교수(사진학과)가 맡은 해설은 40분짜리 방송 중 5분여에 불과하다. 방송은 양 교수의 셔터 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사진에 담겼을 법한, 그러나 사진에선 들리지 않을 ‘소리’의 이어짐으로 구성된다. 최북단 국군 부대인 21사단 병사들이 점호하는 소리, 판문점 근처 대성초등학교에서 울려퍼지는 졸업식 노래, 고진동 계곡에서 방류된 연어 치어들이 북쪽 비무장지대인 남강으로 나아가며 재잘대는 소리, 도라산 역으로 달려오는 기차의 규칙적이고 활기찬 울림…. 흩어져 허공으로 사라지는 소리들을 평범한 마이크에 담아 이어 붙이니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이렇게 노래한다. “디엠제트는 국경이 아니다. 소통과 평화를 향해 쉼 없이 변화해온,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규범 음향감독은 “깃발 펄럭이는 소리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지만, 디엠제트의 깃발 소리는 의미가 다르지 않겠느냐”며 “평소 소음으로 여길 수 있는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수집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디엠제트 안 군부대나 민가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한밤중 느닷없이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달려나가기를 반복하며” 6개월여를 보냈다. 양 교수는 “철조망에 핀 꽃 사진은 그동안 디엠제트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중무장한 군인이 아니라 정말 비무장한 사람들이 주인인, 통일을 먼저 맛보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교수의 사진은 방송 당일 한국방송 공개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글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한민족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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