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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대박과 성공과 퇴출의 광시곡 시청률을 위하여!

등록 2008-06-23 15:05수정 2008-06-23 15:37

지상파·케이블을 합친 전체 텔레비전 시청률
지상파·케이블을 합친 전체 텔레비전 시청률
지난 17일 첫 방송한 두 월·화 드라마가 격전을 치렀다. 70분물인 한국방송 <최강칠우>는 이례적으로 1·2회 연속편성을 하고 각각 90분, 78분씩 모두 168분 방송했다. 에스비에스 <식객>도 질세라 1·2회 연속으로 74분, 80분씩 154분을 내보냈다. 이에 앞서 두 드라마는 이 시간대 절대강자였던 문화방송 <이산>의 연장방송을 피하려고 ‘편성 눈치작전’도 펼쳤다. 단막극을 긴급 편성하거나 제작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을 내보내 방송 날짜를 미뤘다. 혈전의 결과, 1·2회 각각 12.9%, 17.2%를 얻은 <식객>이 11.3%, 11.2%의 <최강칠우>를 앞섰다. 인터넷 매체들은 승부 결과를 앞다퉈 보도했고,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10위 안에 두 드라마의 시청률이 올랐다. 그리고 23일 새로운 강적인 문화방송 <밤이면 밤마다>가 같은 링에 오른다.

한 오락프로그램 피디는 시청률이 5%로 떨어지면 못 마시던 술이 당기고, 살이 빠진다고 말했다. 드라마 피디가 연속 세번 10% 이하 시청률을 기록하면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이는 게 방송 현실이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시청자의 관심까지 끌어모으는 시청률, 대체 무엇이길래 다들 안달일까?

첩보전 방불 편성전략

■ 1분을 다투는 이유? 방송사들은 보통 방송 일주일 전에 편성표를 돌려보며 상대의 편성 전략을 확인하고 자신의 전략을 수정한다. 에스비에스는 <식객> 방송 시작 6일 전에야 첫 방송일을 확정해 보도자료를 냈다. <식객>이 연속편성을 결정하자 <최강칠우>도 맞불을 놓았다. 심상대 에스비에스 편성기획팀장은 “서로 정보전을 많이 한다”며 <식객>의 편성은 끝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강칠우>는 편성표로 예고한 것보다 17일 10분 정도 길게 방송했다. 한상길 한국방송 2텔레비전 편성팀장은 “첫 방송에 공 들여 찍은 장면도 많고, 인물의 배경이나 성격 등을 설명하다보니 길어졌다”며 <최강칠우>의 파격 편성에 대해 “한국방송 월·화 드라마가 약세라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 드라마가 얼마나 오래 방영하는지 서로 주시하는 까닭은 경쟁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가 나오는 동안 시청자들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프로그램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상대가 광고로 넘어간 뒤 1분이라도 드라마를 더 끌면 시청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밤 10시대 드라마는, 1990년대엔 회당 60분이었는데 요즘엔 70분으로 정착됐다. 첫회는 80분까지 방송 3사가 서로 용인하는 분위기이지만 상대 방송사 드라마가 첫회도 아닌데 70분을 넘기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추락땐 출연진도 이탈

■ 제작진 울리고 웃기는 시청률은? 한 지상파 오락프로그램 피디는 시청률이 5% 아래로 떨어졌을 때 생기는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정 출연 연예인들이 갑자기 스케줄이 안 된다면서 빠지기 시작한다. 친했던 연예인들조차 전화를 피한다. 국장급에서 팀 회의에 들어와 참견을 하기 시작한다. 작가들의 팀워크가 망가진다. 무엇보다 피디 자신이 창피해서 살기 싫어진다. 5% 이하 두 달이 되면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오락프로그램이 20%를 넘으면, 반대로 연예인 매니저들이 밥 한번 먹자, 술 한번 마시자 전화하는 통에 피디가 피곤해진다. 드라마의 경우 10% 아래로 떨어지면 방송사 임원급에서부터 불호령이 떨어진다. 구본근 에스비에스 드라마 책임피디는 “50부작 이상 긴 호흡의 드라마는 팀장 등이 개입해 시청률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미니시리즈는 담당 피디 닦달해봤자 큰 소용이 없으니 ‘죽은 자식’으로 치고 팀장 선에서 (화를) 삭인다”고 말했다. 프리렌서 피디의 경우 10% 아래로 잇따라 3번 떨어지면 업계에서 연출력이 빼어났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퇴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방송사 소속 피디들은 스스로 기획할 기회를 잃는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크게 성공할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00년 상반기 시청률이 25%가 넘는 프로그램 수는 16편이었는데 올 상반기엔 8편으로 줄었다. 지상파 프로그램의 방송 제작 관계자들은 대체로 드라마가 30%를 넘기면 ‘대박’, 20%대만 되도 ‘성공’으로 본다. 오락프로그램은 15~20%는 대박, 10~15%는 성공으로 치고 5%를 하한선으로 간주한다. 시청률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양프로그램은 15%가 최고 수준이다. 물론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시청률로만 판가름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들은 2004년께부터 시청자 만족도 조사를 따로 하고 있다.

살아남아야 광고 붙어

■ 왜 점점 치열해지나? 시청률 경쟁의 요체는 물론 광고다. 매체가 많아지면서 지상파 방송의 광고 판매율이 떨어지고 광고주의 구매 행태도 변하고 있다. 1991년에는 지상파 광고의 95.2%가 팔려나갔는데 올해엔 60%로 떨어졌다. 방송사는 프로그램 방영 시간의 10분의 1만큼을 광고 시간으로 팔 수 있다. 예전에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웬만하면 광고가 다 팔렸다면 요즘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광고를 가져갈 수 있게 된 셈이다.

광고주들의 구매 행태도 90년대엔 6개월 이상 한꺼번에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점 1~2개월짜리 단기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이화성 한국방송광고공사 과장은 “두달 미만의 단기 구매 비율이 40%정도”라며 “시청률이 한자릿수가 나오면 광고가 떨어지고 장기 구매자라도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표본추출 단말기 설치

■ 내가 보면 시청률 오르나? 대표적인 시청률 조사기관 에이지비닐슨의 조사 방법을 보면 이 기관이 내놓는 시청률은 2350가구가 결정한다. 무작위로 뽑은 표본집단의 집에 시청률 측정 단말기를 설치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는 1번, 아버지는 2번을 누른 뒤 텔레비전을 보게 한다. 시청률 조사기관은 각 번호에 따라 시청자의 성별, 연령, 직업, 소득 수준, 최종 학력, 주거 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둔다. 이 표본 시청자들의 시청행태를 1분 단위로 측정한다. 조사기관은 매일 새벽 2시 표본집단의 집 전화모뎀에 접속하는데 그때부터 새벽 5시까지 전화선을 타고 시청 정보들이 조사기관 서버로 모인다. 실제 방송 시간은 편성표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방송 시간을 초 단위로 기록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실제 방송 시간대로 잘라 분 단위로 기록한 시청률을 평균 낸 것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다.

시청률은 전체 표본 가구 가운데 그 프로그램을 본 가구의 비율이기 때문에 실제로 100%가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에이지비닐슨 홍보실은 “표본 시청자들에게는 텔레비전 보는데 드는 전기료 정도 사례를 한다”며 “단말기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기술자이기 때문에 단말기 기능을 확인하면서 다른 가전제품을 고쳐주는 게 덤”이라고 밝혔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방송종료 애국가 0.9~1.4%

케이블은 1% 넘기면 ‘성공’

시청률이 심하게 추락하면 으레 애국가 시청률에 빗대진다. 애국가 시청률은 정말 최저수준일까?

에이지비닐슨이 6월9~10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애국가의 시청률은 방송이 끝날 때는 0.9~1.4%이고 방송이 시작하는 새벽에는 0.2~0.9%다. 그런데 방송 3사 프로그램 가운데 하루에 6~7개는 방송 종료 애국가 시청률보다 낮다. 보통 낮시간대 방송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케이블텔레비전에서는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시청률 1%로 잡는다. 채널 시청률 상위 5위 안에 드는 <오시엔>도 24시간 가운데 3~4시간만 1%를 넘는다. 하지만 시청층이나 프로그램이 채널별로 특화돼 있는 케이블에서는 전체 시청률보다 프로그램이 목표로 삼은 주시청자 집단에서 얼마나 봤는지를 따지는 타깃 시청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타깃 시청률을 보고 광고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계절에 따라 변할까? 에이지비닐슨이 낸 자료를 보면 시청률은 계절에 따라 큰 파도 모양 곡선을 그린다. 전체 표본 집단 가운데 시간대별로 텔레비전을 켜놓은 사람의 비율을 구한 뒤 이를 평균 낸 것이 한달 시청률이다. 여름·겨울의 시청률이 봄·가을보다 높은 이유는 방학 기간과 겹쳐 청소년 등이 더 많이 텔레비전을 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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