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심
‘국민 엄마’ 고두심, 드라마 ‘춘자네…’서 화류계 엄마로 변신
‘국민 어머니’로 불리는 고두심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잔뜩 부풀린 머리카락, 노랗고 푸르게 칠한 눈두덩에 요란한 꽃무늬 의상을 차려입은 탓에 어느 한 군데 마음 편히 눈 둘 곳이 없다. 문화방송 일일드라마 <춘자네 경사났네>(월~금 밤 8시20분)에서 고두심은 화류계 출신 퇴기 마담 춘자 역을 맡아 촌스럽고 경박한 중년 여성으로 변신했다.
“처음 제의 받았을 때는 황당한 마음도 있었지만, 더 나이가 들어 아무도 권하지 않기 전에 술집 마담 역할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전쯤 특집극 <임진강>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다들 기억 못 하시겠죠? 오랜만의 경험이라 저 역시 신선한데, 촬영할 때 옷을 여러 벌 갈아입어야 하는 것까지도 재밌네요. 그동안 누려보지 못한 호사 아닐까요.”
또다른 호사는 극중 박달삼(김병세)과 이대팔(강남길)로 이어지는 삼각관계다. 둘 모두 춘자보다 연하 남성으로, 이들 세 사람이 펼칠 중년의 로맨스의 향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택권을 제가 쥐게 될까요? 먼저 알고 지낸 사이인 박달삼에게 끌리지만 이대팔의 자상한 면모에 반해 그쪽으로 기울 수도 있겠죠. 사랑은 오랜만이라 저도 궁금해요.”
춘자에게는 장성한 딸 분홍(서지혜)이 있다. 춘자는 딸에게 든든한 의지가 돼주기는 커녕 어리광을 피우고 말썽을 일으키기 일쑤인 철 없는 어머니다. 분홍은 많은 남자들에게 배신을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는 어머니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같은 여자로서 동정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외치는 수많은 딸들이 마음 속으로는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연민을 느끼듯. 이런 춘자와 분홍의 모녀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동안 무게감 실린 어머니 역할을 주로 맡았던 고두심은 캐릭터의 변화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연기하다 보면 문득 (서)지혜씨가 제 애교를 즐기고 있단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저도 제 속에 이렇게 많은 애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어요.(웃음) 진중한 어머니가 아닌, 딸과 같은 눈높이에 있는 어머니를 그려보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모녀들이 늘 무거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지는 않을 테니까요. 춘자는 외양새가 좀 눈에 띌 뿐, 어머니로서 자식을 생각하는 본질은 같으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구혜진 <씨네21> 기자 999@cine21.com
사진 문화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