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예진
패밀리가 떴다’ 새 멤버 박예진, 버라이어티쇼 첫 고정출연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 신기했다고 한다. 배우 박예진은 낯가림이 심해 버라이어티쇼는 남의 일로만 알았고,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체인지>나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조)여정 언니 따라 놀러가는 기분으로” 얼굴을 비친 게 전부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보고 박예진에게 ‘너, 웃기더라’고 한마디씩 꼭 했다. ‘내가 웃긴다고? 정말?’ 오히려 자신이 설렜다.
박예진이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의 새 꼭지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출연을 결심한 것은 그래서다. “꾸미지 않은 본래 모습에 정말로 사람들이 웃고 박수쳐 줄지 겁이 나면서도 궁금했어요. 학교 다니면서 남들 다 가는 ‘농활’ 한 번 못 가봤으니 이번에 가는 거라고 애써 덤덤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심장이 떨리고 입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예능 프로그램 경험이 많은 다른 출연자들이 하라는 대로, 도망가는 아기 돼지 붙잡으라면 잡고 경운기 시동 한 번 걸어보고 하면 따라 하면서 박예진은 촬영을 마쳤다. 그런데 그 모습에 다시 동료들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박예진 역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박예진은 그동안 새침데기 역을 많이 해왔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에서 도도하고 이기적인 재벌 외동딸로 나온 뒤로 더욱 그런 역할이 몰렸다. 지난해 방영한 <대조영>에서도 자기의 소원을 위해 조국을 버리고 전쟁터도 마다하지 않는 독한 여자로 나왔다. 연기자로서 다양한 배역을 맡는 것에 욕심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욕심내는 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다가 그에게 색다른 제안이 왔다. 케이블·위성 채널 오시엔에서 <여사부일체>라는, 영화 <두사부일체>의 여성판 8부작 드라마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내친김에 좀 더 나가보기로 했다. ‘조폭·코믹’은 오락 프로그램만큼 생소하지만 도전해 볼 만한, 흔치 않은 기회다.
“아마 힘이 들겠죠. <발리…> 때는 배역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나이가 좀 어렸고, <대조영>은 너무 어려워서 촬영 직전까지 펑펑 울다가 들어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낯설고 힘든 걸 견디고 나니까 조금 딴딴해졌다는 느낌이 들고 후회가 남지 않았어요. 오늘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내일은 ‘비호감’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지만 한 번 해볼 참이에요.”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잘 견뎌야 한다. 어느새 데뷔 10년째, 박예진은 그동안 그걸 배웠다.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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