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드라마 ‘태양의 여자’
주연 김지수
주연 김지수
초기부터 경쟁작 시청률 추월
참한 이미지 깬 악역 인상적 자매의 배신과 복수를 다루는 ‘뻔한’ 통속극인 한국방송 2텔레비전 <태양의 여자>가 처음 선보였을 때 무협사극인 에스비에스 <일지매>, 기자 세계를 다루는 문화방송 <스포트라이트>에 쏠린 관심을 빼앗아 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태양의 여자>는 <일지매>가 굳건히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예상을 깨고 방송 초기부터 <스포트라이트>를 제쳤다. <태양의 여자>의 선전을 이끄는 주역은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주인공 도영 역의 김지수다. 참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지수 자신은 시청률 경쟁을 크게 의식하지는 않은 듯한 반응이다. “<일지매>,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진부하고 상투적인 제목이 낡은 느낌을 줘 처음에 많은 분들이 별 기대를 안 했던 것 같아요.” 김지수가 연기하는 도영은 세력가인 양부모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애인을 둔 능력 있는 방송국 아나운서다.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그에겐 남들이 모르는 어두운 그늘이 있다. 어린 시절, 파양될까 두려워 양부모의 친딸인 동생 지영(이하나)을 거리에 버린 과거다. 김지수는 “도영이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라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처음 실수를 숨기려고 자꾸 거짓말을 하는 도영이 이해되기도 해요. 도영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내가 도영이었다고 생각하면 어땠을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감정을 설명하는 지문이 별로 없는 대본에서 김지수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자신만의 악녀 연기법을 찾았다. 표독스런 말투와 표정 대신 무표정한 얼굴과 말투로 서늘한 기운을 전한다. 비운의 여주인공이 연상되는 크고 슬픈 눈으로 죄를 반성하는 눈물을 흘리기도 해 시청자들은 도영을 밉지만 불쌍하다고 감싸 안는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도영을 용서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제가 눈물을 흘리면 유독 더 슬퍼 보인대요. 간혹 ‘어떻게 하면 눈물을 그렇게 잘 흘리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는데 따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니고 마음을 움직여서 나오게 하는 연기인 거죠.” 1992년에 데뷔해 드라마 <보고 또 보고>, 영화 <로망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등에 출연했던 김지수의 대표작은 영화 <여자, 정혜>다. “애증이 깊었던 정혜를 연기하며 힘들고 우울했다”는 그는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도영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너무 행복해서 불안하기도 한 도영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좋은 일만 생기면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배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살인마라고 해도 연민을 갖고 연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글 김미영 <씨네 21>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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