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진(54)
화면 색 맞추고 연기 지도
스태프 20명 이끌고 요리
스태프 20명 이끌고 요리
에스비에스 음식 드라마 <식객>의 첫회, 요리의 최고 권위자 오 숙수는 어부에게 비싼 값을 주고 낚시로 잡아 올린 명태를 골라낸다. 그때 화면에 나온 명태는 진짜 낚시로 낚은 것일까? 성찬, 봉주, 민우가 요리 대결을 벌이는 장면, 민우는 만두국을 내놓으며 쑥 등으로 물을 들였다고 설명한다. 정말 천연 재료로 색을 낸 것일까?
모두 진짜다. 그 답을 쥐고 있는 사람이 <식객>의 음식감독인 김수진(54) ‘푸드 앤 컬쳐’ 원장이다. 그가 이끄는 스태프 20여명이 <식객>에서 주인공 김래원만큼 중요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김 감독이 보여준 대본에서 음식에 대한 설명은 한두 줄에 그쳤다. “민어 부레에 성게와 향초를 넣어 순대를 만든다”는 식이다. 레서피와 모양은 음식팀에서 개발했다. “민어 부레 순대는 처음 만들었는데 먹어보니 진짜 쫄깃하더라고요.” 낚시 명태는 수산시장에서 아는 사람에게 특별히 부탁해 구했다. “낚시로 잡으면 비늘이 살아있고 몸통에 푸른 선이 선명하지만, 그물로 올린 건 그렇지 않거든요.” 만두에도 치자, 오미자 물을 들여 화면에서 그 색깔이 나오는지 먼저 찍어봤다.
여기까지가 시험용이다. 화면에 등장한 음식들은 현장에 재료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가 찍기 직전에 다시 만든다. “안 그러면 색이 죽어버리니까요.” 생태탕을 먹는 한 장면을 찍으려고 익혀서 분리해둔 생태 몸통, 국물만 따로 우려놓은 것, 달궈놓은 그릇 여러 개 등을 준비했다. 다시 찍을 때마다 깨끗하게 익힌 생태 토막이 있어야 하고 국물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맛있게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음식 가지고 장난하면 안되요. 진짜 맛있어야 맛있는 연기가 나오거든요.” 주요 음식뿐만 아니라 배경 음식까지 매회 30~40종류를 만드는데, 촬영 끝나자마자 스태프들이 게눈 감추 듯 먹어버린다.
음식만 만드는 게 아니다. 배우들에게 칼 쥐는 방법, 데치는 동작 등도 알려준다. “김래원씨는 원래 요리를 잘 했지만 다른 배우들은 처음부터 무던히 연습해야 했어요. 칼 쥐는 방법에서부터 캐릭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복어회 뜰 때 요리사들이 어떻게 복어를 바라보고 몸을 굽히는지까지 지도한다.
<식객>은 초반부에는 궁중음식 등 화려한 상차림을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소박한 밥상과 지역 토속 음식을 선보인다. “된장 색깔을 화면에서 제대로 내고 두부가 바글바글 맛있게 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화려한 느낌을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요.” 영화 <식객> <왕의 남자> <음란서생>에 이어 그는 올해 말 내년 초에 개봉할 영화 <쌍화점>과 <미인도>에서도 음식감독을 맡았다.
김소민 기자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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