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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뭐하는 사람들인고?

등록 2008-07-06 18:21수정 2008-07-06 21:15

크리에이터, 기획피디, 제작피디, 라인피디…
분화하는 방송 제작진의 세계

크리에이터, 기획피디, 제작피디, 라인피디…. 요즘 드라마가 끝날 때 나오는 제작진 이름 목록에는 전에 못보던 생소한 낱말들이 많다. 뭘 하는 사람들일까?

피디 한 명이 기획부터 연출, 제작 과정 전반을 책임지던 시대는 저물었다. 대본 작업도 작가 한 명이 머리 싸매고 완성하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제작비 100억원짜리 드라마가 나오고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드라마 제작은 한두 명 주도적 인물에 의지할 수 없게 복잡해졌다. 영화나 미국 드라마처럼 제작 과정은 나누어 전문화하고, 대본 작업에는 공동창작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로 제작 환경이 바뀌고 있다.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
■ 크리에이터?

이야기 큰 줄기 잡고
집필-보조작가 관장

에스비에스 드라마 <식객>이 끝날 화면에 올라가는 제작진 명단에는 ‘크리에이터’라는 못 보던 역할에 최완규 작가 이름이 뜬다. 한국방송 드라마 <최강칠우>에는 ‘크리에이터’로 <대장금>을 쓴 김영현 작가와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를 쓴 박상연 작가가 설립한 회사 ‘케이피앤쇼’가 들어가 있다.

크리에이터는 미국 드라마 작가들의 작업 방식에서 나온 개념으로, 작품의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 에피소드가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틀을 잡는 역할을 한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는 작가 숀다 라임이 크리에이터가 되어 모든 에피소드를 관장했고 그 아래 작가 13명이 실제 집필을 했다. <시에스아이: 과학수사대>는 처음부터 시즌 9까지 작가 안서니 주이커가 크리에이터를 맡았고 다른 작가 25명이 공동집필했다.

한국의 ‘크리에이터’는 미국식에 꼭 들어맞는 건 아니다. <식객>은 애초 기획을 최완규 작가가 만들지 않았고, 대규모로 작가들이 따라붙지도 않는다. 제작사에서 내놓은 기획을 바탕으로 최 작가가 이야기의 큰 흐름을 잡고 박우정 작가가 살을 채우는 식으로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최강칠우>는 작가 4명이 매회 에피소드를 회의로 정한 뒤 1회 분량을 각자 써오면 백운철 작가가 이를 모아 최종 원고를 완성한다.

공동창작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모아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리는 데 유리하지만 항상 효과만점인 것은 아니다. <최강칠우> 공동제작사 퓨처원의 이동익 부사장은 “<최강칠우>처럼 주요 캐릭터는 유지하되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펼쳐지거나, 기획 초기부터 미국처럼 장기 시즌물을 염두에 둘 때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작가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섬세한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게 중요한 멜로드라마에서는 공동작업이 되레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에어시티> 때부터 공동창작 시스템을 시도해온 최완규 작가는 “한국 기성 작가들은 혼자 작업하는 데 익숙하고, 신인 작가는 크리에이터가 홀로 끌고 가며 집필을 맞기기에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종합병원 2>는 최완규 작가가 크리에이터를 맡고 집필 작가 2명, 그들을 보조하는 작가 6~7명이 공동작업할 예정이다.

기획피디·제작피디…?
기획피디·제작피디…?
■ 기획피디·제작피디…?

원작 개발·작가 발굴
‘현장 살림살이’ 통솔

영화에서는 작품의 기획, 제작 과정, 살림살이 전체를 통솔하는 프로듀서와 연출을 하는 감독이 분리돼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보통 피디가 두 역할을 아울러 했다. 그러나 외주제작사가 제작비를 대부분 충당하고 제작 규모도 커지면서 현장 살림살이를 도맡는 ‘제작피디’가 생겼다. <식객>의 오환민 제작피디는 “종가 살림하는 맏며느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적은 비용으로 질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작자와 감독 사이에서 조율하는 게 일의 핵심이다. 밤 촬영이 돋보이게 하려고 연출자는 대형 조명 크레인을 부르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제작비를 고려해 한번 빌리는 데 200만원씩 드는 그런 비용을 이 장면에서 쓰는 게 적절한지 조율하는 것이 제작피디의 몫이다. 장소 섭외에 실패했을 때 대안 마련하기, 감독과 작가가 틀어지면 화해시키기, 현장 분위기 나빠질 때 과일 화채로 분위기 띄우기까지 “언제 어디든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동네 반장”이 그다. 그래서 “울고 싶어도 울 시간이 없는” 제작피디를 보조하는 별도의 ‘라인피디’가 있는 경우가 많다.

기획피디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조명 받았다.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늘어나면서 유명 작가 잡기 경쟁이 치열해졌다. 인기 작가 고료가 미니시리즈에서는 회당 2000만원을 넘어가면서 제작비 부담이 불어났다. 제작사 차원에서 신인 작가를 키우고 좋은 원작을 발 빠르게 잡아 기획을 해야 할 필요가 커지면서 기획피디가 떠오른 것이다.

기획피디의 역할은 만화, 소설 등 온갖 콘텐츠를 챙겨보며 원작을 개발하고 작가를 발굴·관리하는 것인데,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궁>을 만든 배종병 기획피디가 진행하는 <꽃보다 남자>나 <탐나는 도다>가 그 예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꽃보다 남자>는 기획팀이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가를 섭외했다. 제주도에 표류하게 된 영국인 청년과 해녀, 한양에서 온 선비의 삼각관계를 다루는 <탐나는 도다>는 원작 만화 1권이 나오기도 전에 기획팀에서 나서 영상물 판권을 사들여 기획피디와 신인 작가 4명이 대본을 만들고 있다.

캐스팅디렉터?
캐스팅디렉터?
■ 캐스팅디렉터?

배우 물색·추천·섭외

매체와 매니지먼트 회사가 늘어나면서 연기자의 스케줄, 출연료 등을 연출자가 꿰고 있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여건속에서 배우를 추천하거나 정보를 주는 구실을 캐스팅디렉터가 맡는다. 대본이 촬영에 임박해 나오는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조연이나 단역까지 연출자가 일일이 챙길 수 없으니 대본 상황에 따라 재빠르게 이들을 추천하고 섭외하는 역할도 한다. 연기학원을 운영해 아역 탤런트 등이 많이 소속돼 있는 캐스팅게이트, 엠티엠 등의 업체들이 캐스팅디렉터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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