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조강지처클럽'서 착한 남자 '길억' 열연
문영남 작가와 13년간 9편의 작품서 호흡
문영남 작가와 13년간 9편의 작품서 호흡
"무슨 인터뷰냐 술이나 마시자"던 그는 인터뷰(?) 내내 왼손으로 레몬을 짰다. 소주에는 얼음을 타고 레몬을 짜서 먹어야 제맛이라면서. '깨끗한 손'으로 짜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그는 왼손으로는 음식을 집지 않고 오직 레몬만 짰다. 덕분에 소주는 상큼하고 시원했다. 하지만 그는 집에 돌아갔을 때 왼손이 저렸을 것이다.
손현주(43)는 레몬을 짜던 왼손같은 연기자다. 1991년 KBS 공채 14기로 데뷔한 이래 1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한결 같은 모습으로 레몬을 정성스럽게 짰다. 그의 레몬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녹이는 진솔한 연기력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었을지 몰라도 그는 늘 자신의 레몬을 성실하게 짜며 작품을 빛내왔다.
그가 최근 10개월간은 '길억'이라는 이름으로 안방극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고 있다. SBS TV '조강지처클럽'에서 바람난 아내에게 버림받아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 회생하는가 싶더니 다시 그 사랑과도 이별하게 생긴 길억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에이… 10개월 내내 운 것은 아니고 도중에 서너달은 좀 행복했잖아요? (웃음) 이제 드라마가 끝날 때가 되니까 다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길억의 새로운 사랑은 사실 기막힌 사랑이다. 상대는 바로 자신의 아내가 바람났던 남자의 전처 복수(김혜선 분)이기 때문. 영화 '화양연화'나 '외출'이 그렸던 바로 그 운명의 장난 같은 사랑이다. 편안한 이미지의 손현주가 애틋한 정통 멜로의 주인공으로 태어났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멜로는 아니죠. 하지만 억지도 아니죠. 순애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길억은 전처 나미도 사랑했지만 그를 떠나보내고 찾아온 새 사랑 복수에게도 온 마음을 다합니다. 덕분에 전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웃음)"
뻔뻔한 바람둥이들이 판을 치는 '조강지처클럽'에서 길억은 유일하게 착한 남자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부터 동정표가 몰렸고 다른 남자 배우들과 달리 방송 내내 욕 한번 먹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3년 전만 해도 천하의 '나쁜 남자'였다는 것. KBS 2TV '장미빛 인생'에서는 그가 바로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우는 역이었는데, 이 작품 역시 '조강지처클럽'의 문영남 작가가 집필했다.
"'장미빛 인생'에서는 내가 바로 '공공의 적'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이번에는 동정표를 받는 역이 됐다"며 웃은 그는 "상황이 주어지니까 거기에 충실한 거다. 사람이 무턱대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매번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손현주는 '문영남의 페르소나'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바람은 불어도'를 시작으로 '결혼의 법칙', '그 여자 사람잡네', '당신 옆이 좋아' 등 그는 지난 13년간 문 작가와 9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그중 최근작인 '장미빛 인생'에 이어 '조강지처클럽'에서는 주인공으로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잇따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영남 작가 선생님은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제가 '소문난 칠공주' 정도 빼고는 문 선생님의 작품에 거의 다 나온 것 같아요. 제게는 정말 고마운 분이죠. 매번 다른 이야기, 다른 역을 주시며 제 연기의 폭을 넓혀주시니까요." 현재 '조강지처클럽'은 시청률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비례해 비난 역시 많이 받고 있다. '과잉의 드라마'라는 것. 이에 대해 손현주는 "우리 드라마는 분명 넘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람 사는 데 중요한 정을 그리고 있다. 때에 따라 그 정은 과할 수도 있지만 정이 없는 드라마는 인기도 얻을 수 없다. 그게 어떤 식의 정이든 그 정 때문에 우리 드라마는 지금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흥부 연기자'들과 '치열한 품평회'가 '조강지처클럽'의 인기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드라마에는 혼자서 튀려고 하는 놀부 연기자가 한 명도 없어요.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하나하나 흥부 연기자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을 내세우려는 사람이 없어요. 또 우리 연기자들은 매주 목요일 대본 연습을 할 때마다 치열한 품평회를 갖습니다. 연습도 치열하게 하지만 전 주 방송분에 대한 품평회도 신랄하게 해요. 그 힘이 대단하고 그게 모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손현주는 "'조강지처클럽'이 내게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이후 가장 오래하는 드라마"라며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큰 공감을 형성할 것이라 믿는다"며 미소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장미빛 인생'에서는 내가 바로 '공공의 적'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이번에는 동정표를 받는 역이 됐다"며 웃은 그는 "상황이 주어지니까 거기에 충실한 거다. 사람이 무턱대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매번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손현주는 '문영남의 페르소나'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바람은 불어도'를 시작으로 '결혼의 법칙', '그 여자 사람잡네', '당신 옆이 좋아' 등 그는 지난 13년간 문 작가와 9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그중 최근작인 '장미빛 인생'에 이어 '조강지처클럽'에서는 주인공으로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잇따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영남 작가 선생님은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제가 '소문난 칠공주' 정도 빼고는 문 선생님의 작품에 거의 다 나온 것 같아요. 제게는 정말 고마운 분이죠. 매번 다른 이야기, 다른 역을 주시며 제 연기의 폭을 넓혀주시니까요." 현재 '조강지처클럽'은 시청률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비례해 비난 역시 많이 받고 있다. '과잉의 드라마'라는 것. 이에 대해 손현주는 "우리 드라마는 분명 넘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람 사는 데 중요한 정을 그리고 있다. 때에 따라 그 정은 과할 수도 있지만 정이 없는 드라마는 인기도 얻을 수 없다. 그게 어떤 식의 정이든 그 정 때문에 우리 드라마는 지금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흥부 연기자'들과 '치열한 품평회'가 '조강지처클럽'의 인기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드라마에는 혼자서 튀려고 하는 놀부 연기자가 한 명도 없어요.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하나하나 흥부 연기자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을 내세우려는 사람이 없어요. 또 우리 연기자들은 매주 목요일 대본 연습을 할 때마다 치열한 품평회를 갖습니다. 연습도 치열하게 하지만 전 주 방송분에 대한 품평회도 신랄하게 해요. 그 힘이 대단하고 그게 모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손현주는 "'조강지처클럽'이 내게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이후 가장 오래하는 드라마"라며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큰 공감을 형성할 것이라 믿는다"며 미소지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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