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전설의 고향> ‘구미호의 귀환’(사진)
KBS 부활 ‘전설의 고향’ 내달 6일부터 총 8편 방송
2008년 구미호는 어두운 산기슭에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이 구미호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다 가까운 친족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다.
8월6일 밤 9시55분에 방송하는 한국방송 <2008 전설의 고향> ‘구미호의 귀환’(사진)에서 공포는 천년 묵은 여우의 한 서린 표정이 아니라 익숙한 시공간이 느닷없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 느껴지는 근원적인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조선시대 명문가 이씨 집안 여인들은 ‘피’가 발현하면 누구나 구미호가 될 수 있는 운명이다. 이 집안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고 집안 여자들 가운데 누가 구미호가 될지 감시하다가 구미호가 되면 칼을 겨누며 집안을 지켜간다. 지난해 추리사극 <한성별곡-정>으로 주목받았던 곽정환 피디는 “중국·일본 구미호와 달리 한국 구미호는 자신이 낳은 아이와 함께 사람들 곁을 떠나는데, 만약 우리 곁에 남았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씨 가문에서는 혼인한 딸이 구미호의 피를 대물림할까봐 감시하고 통제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비밀문서는 종중 어른들만 공유하고 사실을 왜곡·은폐하는 행위에 가담한 이들조차 진실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곽 피디는 “나와는 다른 존재를 제거해야만 안전해진다는 믿음, 폐쇄된 구조 속에서 정보가 권력에 집중되는 현상은 오늘날 과연 달라졌는지 드라마를 통해 묻고 싶다”며 “2008년 여름 한국의 공포를 담아낼 수 있어야 <전설의 고향> 간판 스타인 구미호가 매년 한 차례씩 돌아올 명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 한 달 동안 이어지는 <2008 전설의 고향>은 일본과 할리우드 공포물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에게 “한국인 특유의 공포를 한국적으로 풀어내 전달한다”는 포부로 제작됐다. <거침없이 하이킥> <아이 엠 샘>에 출연한 박민영이 구미호로 분한 ‘구미호의 귀환’ 다음으로는 자기 아이를 살리려 남의 아이를 죽이는 어머니 이야기 ‘아가야 청산가자’, 왕조의 번영을 비는 칼을 만들려는 인신 공양이 빚는 비극 ‘사진검의 저주’, 야사로 전해지는 인종 독살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귀서’,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지만 환향녀로 손가락질 받으며 죽은 여인들의 원혼이 복수하는 이야기인 ‘환향녀’, 귀신의 한을 씻어주는 퇴마사를 다룬 ‘오구도령’, 죽은 뒤에도 기방을 떠나지 못하는 원혼들의 사연을 담은 ‘기방괴담’ 등 총 8편이 방송된다.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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