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양의 여자' 김인영 작가 인터뷰
"마지막 대본을 넘기고 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마지막회 대본은 일부러 오래 붙들고 있었어요."
진부한 통속극 아니냐는 시선 속에 출발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연출 배경수)가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으며 31일 막을 내렸다.
이런 '반전'은 시청자들을 작품에 푹 빠져들게 만든 중독성 강한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16년 전 목포의 한 고아원에 스친 인연으로 운명처럼 이 작품을 쓰게 됐다는 김인영 작가에게 '태양의 여자'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허전하고 허탈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힌 김 작가는 "마지막 대본을 받고 이하나 씨가 '마음 아프다'는 문자를 보냈고 김지수 씨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했더라"면서 도영과 사월을 떠나보낸 심정을 전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두 여자 이야기
김인영 작가는 "우리 안에 있는 욕망과 용서를 이야기하고 인간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뜻대로 다 되진 못했다"면서 "사월이 진실을 알고 난 후 반등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초반 시청률이 오르지 않아서 크게 기대는 안 했다. 마지막에 잘 나와서 참 기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전작인 MBC '메리대구 공방전'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태양의 여자'를 통해 익숙한 한국 드라마의 소재로 '미드'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동안 주로 유쾌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극성이 강한 인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버림받은 사월이 악녀인 언니에게 복수하는 단순구도가 아닌 우리 마음 속에 지닌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도영이에게도 동정심이 가고 사월이는 피해자이면서도 복수할 때는 너무 독하잖아요." 그는 "'태양의 여자'는 버림받은 동생이 나타나 언니에게 복수를 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가해자면서 피해자인 두 여자의 내면을 따라가는 구조는 시청자들의 예상을 비켜가면서 신선한 평가를 이끌어냈다. ◇진부함에서 신선함으로 "작품을 준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에 할 작품은 어떤 내용이냐면…' 하고 들려주면 모두가 엄청나게 몰입해서 열광하며 들었어요. 작가로서 사람들이 이렇게 몰입하는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내 나름의 색깔을 입혀 써내는 게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김 작가는 이 '숙제'를 매우 성공적으로 해낸 셈이 됐다.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태양의 여자'는 시청자들을 열광시켰고, 섬뜩한 복수극 속에 펼쳐지는 두 여자의 슬픈 운명이 공감을 얻었다. 이는 진부한 설정을 극복한 큰 원동력이 됐다. 진부함과 신선함의 줄타기 속에서 '태양의 여자'는 여러 명대사와 명장면을 남겼다. 특히 도영과 사월의 심리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팽팽한 대립이 압권이었다. "사월이 생방송에서 대본없이 연기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월이 빨간 드레스를 입고 도영에게 '언니 그동안 좋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쓸 때는 저 스스로도 즐거웠어요." ◇도영과 사월, 배우들의 열연 '태양의 여자'에서는 변화무쌍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이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 빛이 났다. 김인영 작가는 "주인공들 모두 욕심이 대단했고 정애리 씨도 훌륭했다"면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주니 마음 놓고 쓰고 싶은대로 대본을 쓸 수 있었고 배경수 감독의 연출도 뛰어났다"고 감사를 전했다. "내면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김 작가는 도영 역에 연기력을 검증받은 김지수를 일찌감치 낙점했다. 그리고 신인급인 이하나가 사월 역을 맡아 엉뚱한 소녀 이미지를 벗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하나 씨가 사월 역할을 하면 웃길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하지만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이하나 씨를 보면서 굉장히 머리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엉뚱하고 유쾌한 모습이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기대보다 너무 잘해줬어요. '메리대구 공방전'의 유쾌한 메리 속에 그렇게 독한 면이 있을지는 저도 몰랐어요." ◇'태양의 여자'가 탄생하기까지 '태양의 여자'는 김 작가가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작품으로 출발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작가는 목포의 한 고아원 앞을 지나다 '이상한 이끌림'에 의해 고아원으로 들어선다. 혼자 고아원 운동장을 지나 건물 안을 들여다봤으나 문은 닫혀있었다. 한동안 가슴 아픈 마음으로 홀로 서있는다. "그 이후 잊고 지내다 3년 후에 목포에 내려갔는데 우연히 또 그 고아원 앞을 지나게 됐어요. 그 후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가슴 속에 그 곳에 대한 기억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2006년 초에 내려가 그 곳 출신 목사님과 사월이와 동갑인 대학생을 만나 2년 동안 본격적으로 취재했어요." 무려 16년간의 세월이 한편의 드라마로 농축돼 나온 셈이다. 그래도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의 특성상 고아원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이 그려지지는 못했다. 김 작가는 "항상 드라마에 나오는 건 빙산의 일각이라 너무 안타깝다"면서 "도영의 어린 시절은 동생을 버리는 독한 내용이라 그냥 갔지만 사월의 고아원 생활이 많이 빠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MBC '짝', '진실', '맛있는 청혼', '결혼하고 싶은 여자', '메리대구 공방전', '비밀남녀' 등을 집필한 김 작가는 "앞으로도 주인공들이 자기의 인생을 아끼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 작가는 전작인 MBC '메리대구 공방전'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태양의 여자'를 통해 익숙한 한국 드라마의 소재로 '미드'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동안 주로 유쾌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극성이 강한 인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버림받은 사월이 악녀인 언니에게 복수하는 단순구도가 아닌 우리 마음 속에 지닌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도영이에게도 동정심이 가고 사월이는 피해자이면서도 복수할 때는 너무 독하잖아요." 그는 "'태양의 여자'는 버림받은 동생이 나타나 언니에게 복수를 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가해자면서 피해자인 두 여자의 내면을 따라가는 구조는 시청자들의 예상을 비켜가면서 신선한 평가를 이끌어냈다. ◇진부함에서 신선함으로 "작품을 준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에 할 작품은 어떤 내용이냐면…' 하고 들려주면 모두가 엄청나게 몰입해서 열광하며 들었어요. 작가로서 사람들이 이렇게 몰입하는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내 나름의 색깔을 입혀 써내는 게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김 작가는 이 '숙제'를 매우 성공적으로 해낸 셈이 됐다.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태양의 여자'는 시청자들을 열광시켰고, 섬뜩한 복수극 속에 펼쳐지는 두 여자의 슬픈 운명이 공감을 얻었다. 이는 진부한 설정을 극복한 큰 원동력이 됐다. 진부함과 신선함의 줄타기 속에서 '태양의 여자'는 여러 명대사와 명장면을 남겼다. 특히 도영과 사월의 심리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팽팽한 대립이 압권이었다. "사월이 생방송에서 대본없이 연기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월이 빨간 드레스를 입고 도영에게 '언니 그동안 좋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쓸 때는 저 스스로도 즐거웠어요." ◇도영과 사월, 배우들의 열연 '태양의 여자'에서는 변화무쌍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이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 빛이 났다. 김인영 작가는 "주인공들 모두 욕심이 대단했고 정애리 씨도 훌륭했다"면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주니 마음 놓고 쓰고 싶은대로 대본을 쓸 수 있었고 배경수 감독의 연출도 뛰어났다"고 감사를 전했다. "내면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김 작가는 도영 역에 연기력을 검증받은 김지수를 일찌감치 낙점했다. 그리고 신인급인 이하나가 사월 역을 맡아 엉뚱한 소녀 이미지를 벗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하나 씨가 사월 역할을 하면 웃길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하지만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이하나 씨를 보면서 굉장히 머리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엉뚱하고 유쾌한 모습이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기대보다 너무 잘해줬어요. '메리대구 공방전'의 유쾌한 메리 속에 그렇게 독한 면이 있을지는 저도 몰랐어요." ◇'태양의 여자'가 탄생하기까지 '태양의 여자'는 김 작가가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작품으로 출발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작가는 목포의 한 고아원 앞을 지나다 '이상한 이끌림'에 의해 고아원으로 들어선다. 혼자 고아원 운동장을 지나 건물 안을 들여다봤으나 문은 닫혀있었다. 한동안 가슴 아픈 마음으로 홀로 서있는다. "그 이후 잊고 지내다 3년 후에 목포에 내려갔는데 우연히 또 그 고아원 앞을 지나게 됐어요. 그 후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가슴 속에 그 곳에 대한 기억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2006년 초에 내려가 그 곳 출신 목사님과 사월이와 동갑인 대학생을 만나 2년 동안 본격적으로 취재했어요." 무려 16년간의 세월이 한편의 드라마로 농축돼 나온 셈이다. 그래도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의 특성상 고아원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이 그려지지는 못했다. 김 작가는 "항상 드라마에 나오는 건 빙산의 일각이라 너무 안타깝다"면서 "도영의 어린 시절은 동생을 버리는 독한 내용이라 그냥 갔지만 사월의 고아원 생활이 많이 빠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MBC '짝', '진실', '맛있는 청혼', '결혼하고 싶은 여자', '메리대구 공방전', '비밀남녀' 등을 집필한 김 작가는 "앞으로도 주인공들이 자기의 인생을 아끼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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