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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막말 비하…올림픽 중계 ‘봐줄수가 없다’

등록 2008-08-26 08:50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문화방송은 특정 국가들을 비하하는 듯한 자막으로 비판을 받았다. 〈문화방송〉 화면 캡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문화방송은 특정 국가들을 비하하는 듯한 자막으로 비판을 받았다. 〈문화방송〉 화면 캡처.
‘살인적 인플레이션’ ‘조세회피지’ 모욕

방송통신심의위, MBC SBS 제재키로
베이징올림픽 지상파 중계에서 ‘막말 해설’과 ‘약소국가 비하 발언’이 제재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6일 소위원회를 열어 문화방송의 개막식 자막과 에스비에스 레슬링 중계 등을 놓고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이번 올림픽 방송은 우리 안의 ‘서구 중심주의’를 그대로 드러내 시청자의 비판을 받았다.

문화방송은 개막식 방송에서 입장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을 적절하지 못한 비유와 잘못된 정보로 설명했다. 방송 진행자는 버진 아일랜드를 “구글 창업자가 결혼식을 한 곳”으로, 알제리는 “카뮈가 <이방인>을 쓴 나라”로 소개했다. 한 누리꾼은 “알제리는 프랑스 식민지였고 카뮈는 프랑스 사람인데, 만약 우리나라를 조선에서 활동했던 일본인을 주체로 해서 설명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지적한 뒤 “우리가 식민지 경영을 했던 제국주의 나라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보 자체가 잘못된 것도 지적됐다. 아프리카의 가나에 대해서는 “예수가 처음 기적을 행한 곳”이라고 진행자가 설명했는데, 특정 종교를 인용한 것인데다 가나가 아닌 다른 지역과 헷갈려 잘못 내보낸 설명이었다.

해당 국가가 모욕을 느낄 만한 부정적인 소개 자막도 문제가 됐다. 케이맨 제도를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 회피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자막을 달았고, 차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라고 소개했다. 해설자들이 “네팔은 도시 이름 때문에 기억이 잘 난다”며 “만두, 카투만두가 수도”라고 해설한 것도 지적받았다. 문화방송 쪽은 “옛 자료를 쓰다 보니 잘못된 부분이 나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기 흐름을 방해하는 ‘막말 방송’은 올림픽 첫날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히 에스비에스 심권호 해설위원이 그레코로만형 55㎏급 박은철과 60㎏급 정지현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이씨”, “바보야”,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등 반말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심의위는 이런 해설은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박태환 선수가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지나치게 흥분한 캐스터 해설자들이 고성을 질러 일부 시청자들의 짜증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상근 에스비에스 스포츠제작단 차장은 “2004년부터 정형화된 해설보다 감정이 실린 해설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에는 지나쳤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올림픽이 추구하는 인류의 평화보다 ‘한민족의 우수함’이 올림픽의 상징이 된다면, 좋은 방송으로 봐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 중심으로 방송 3사가 같은 장면을 틀고 또 튼 것도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빼앗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 3사가 올림픽 전에 야구, 축구 예선에 대한 순차 편성은 합의했지만, 막상 본선에 진출하자 약속이 흐지부지 돼 버렸다. 이에 반해 일본 방송사들은 인기 종목을 제비 뽑기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중복편성을 피해 비교가 됐다. 한 누리꾼은 ‘올림픽 방송 유감’이라는 글에서 “한 명의 일등을 위해서 한 반의 나머지 친구들을 전부 열등생으로 만들어버리는 구조, 금메달만 주목하는 것이 그런 교육환경과 비슷한 것 같다”고 썼다.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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