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태(사진)
‘베토벤 바이러스’ 예술감독 맡은 서희태 지휘자
문화방송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수·목 밤 9시55분)에는 음악감독 외에 극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을 총괄하는 ‘예술감독’이 따로 있다. 서희태(사진) 밀레니엄심포니 상임 지휘자다. 드라마에서 지휘자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과 장근석에게 한 곡 한 곡 해석을 해주고 지휘법을 가르친 당사자다. 연출자인 이재규 감독한테서 “클래식 드라마를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1년 전. 이 감독의 전작인 <패션 70s> 주제가를 부른 소프라노 고진영씨가 그의 아내인 것이 인연이 돼 시작된 일이다.
“귀에 익은 음악, 친숙한 곡들을 선택했어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잘 몰랐던 곡들. 알고 나면 ‘아, 저 곡이 그렇게 유명한 클래식이었어?’ 하는 생각이 드는 곡들을 골랐죠.”
대본 작업 단계부터 합류해 작가·감독과 함께 극의 흐름과 장면의 분위기, 인물의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 선곡을 했다. 비발디 <사계>, 슈베르트 <숭어>, 브람스 <헝가리 무곡> 등 제목도 친근한 명곡의 선율이 한 장면 한 장면을 세심하게 적시는 건 그 덕분이다.
음악이 좀더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는 경우도 있다. 촉망받는 첼리스트였으나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가던 정희연(송옥숙)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볼 때 연주하는 음악은 피아졸라의 <리베로 탱고>다. 강렬하고 우수에 찬 탱고 리듬이 마음속에 남아 있던 열정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기적 같은 순간을 웅변한다. 오합지졸이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한마음으로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찬가>(합창)다. “음악 역사상 최초로 불완전한 인간의 목소리가 절대음을 가진 악기와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교향곡”이자 “베토벤이 청각과 시각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역경을 딛고 운명에 맞서 빚어낸 위대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클래식 음악이 드라마의 장면과 어우러져 보는 이들에게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드라마가 끝날 때쯤엔 클래식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누리집을 통해 드라마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을 직접 소개하는 그는 드라마 밖에서 더욱 풍성한 음악 이야기가 흘러넘치길 고대하고 있다.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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