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역대 최대 2400만달러…미완성 드라마 ‘입도선매’ 급증
한국 드라마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3~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에서 국내 방송 프로그램 수출 실적이 역대 최고액인 2700만달러를 기록했고, 드라마가 전체 수출의 9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견본시에서는 특정 스타나 멜로 위주의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드라마들이 골고루 팔렸다. 한국방송 <바람의 나라>(사진) <연애결혼>, 문화방송 <베토벤 바이러스> <에덴의 동쪽>, 에스비에스 <바람의 화원> <타짜> <신의 저울>, 씨제이미디어 <쩐의 전쟁-오리지널> <리틀맘 스캔들> 등 장르도 사극, 시대극, 트렌디 드라마, 법정 드라마 등으로 다양했다.
이처럼 드라마 수출이 늘어난 것은 국내 광고시장이 침체되면서 제작사들이 디브이디 판매, 팬 미팅 등 부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국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활발히 마케팅을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제작이나 방영이 완료되지 않은 드라마의 선판매가 두드러졌다. 이제 막 전파를 탄 <바람의 나라> <에덴의 동쪽> <베토벤 바이러스> 등은 물론, 배우 캐스팅도 안 된 제작 초기단계의 <꽃보다 남자>(그룹에이트 제작) 등도 외국 구매처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 위주로 판매되던 예년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글로벌마케팅팀 강익희 팀장은 “주요 대작 드라마의 가격 상승에 대비해 선구매로 구매 원가를 절감하려는 전략”이라며 “선판매는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작사들의 투자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송의 경우 <너는 내 운명> <돌아온 뚝배기> 등 평범한 가족극인 일일드라마 290회를 높은 값에 일본에 판매하면서 한류스타 캐스팅에 의존하거나 대형화로 치닫고 있는 드라마 제작 풍토에 시사점을 남기기도 했다.
수입국별로 보면 일본이 경기 회복과 수요 확대에 힘입어 구매량이 늘었다. 반면에 중화권 진출의 발판인 대만의 구매량은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대만은 자체제작 드라마를 늘리면서 가격이 비싼 한국 드라마를 재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지역의 경우는 종교적, 사회적 관념과 상충되지 않는 로맨틱 순수드라마의 구매가 눈에 띄었다. 강익희 팀장은 “드라마 주제를 다양화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춰 한국 드라마 수입이 줄고 있는 중화권을 공략하면서 중동, 유럽 등에서 한류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씨네 21>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김미영 <씨네 21>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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