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추리물 이례적 성공
19세기 풍속 보는 재미 쏠쏠
19세기 풍속 보는 재미 쏠쏠
조선시대 과학수사대 별순검도 미국 인기 드라마 <시에스아이>(CSI)의 수사관처럼 사건 현장에서 핏자국을 확인한다. 다만 방법은 구식이라 루미놀 대신 강한 식초를 쓴다. 한복 입은 과학수사대를 다룬 드라마의 마력은 대단해 시즌 1에서 케이블텔레비전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 4.5%를 기록했다. <조선시대 과학수사대 별순검> 시즌 2가 10월4일부터 밤 11시 엠비시드라마넷으로 돌아온다.
한국에서 정통 추리물이 성공한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추리물에 관심이 많은 문화방송 <이산>의 이병훈 감독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골치 아프게 머리 쓰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별순검>은 이질적인 것의 정교한 교합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수사 방식은 현장 검증, 부검, 탐문 등 <시에스아이>에 못지않게 치밀한데 그들이 속한 시대는 툭하면 주리를 트는 고신(고문)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때다. 별순검은 컴퓨터나 어려운 이름의 화학약품 없이 석횟가루로 지문을 찾아내고 계단에 흩어진 모래를 돋보기로 확인해 흔적을 쫓는다. 익숙한 증거 수집 방식에다 투박해서 더 독특한 수집 도구를 결합한 것이다. 증거가 없는데도 감정에 복받친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쏟아내거나 수사관의 직관에 의지해 사건이 풀리는 경우는 없다. 단서와 논리를 꼼꼼하게 쌓아올리고 반전을 거듭해 추리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런 부분이 <시에스아이>와 닮은꼴이라면 <시에스아이>에는 없고 <별순검>에는 있는 것은 19세기 중·후반 조선 사람들의 삶이다. 백정이 백성이 되겠다고 들고일어나는 변화의 시대인 동시에 결혼한 지 한두 달 만에 남편을 잃은 며느리를 절대 재혼하지 못하게 막는 인습의 시대다. 이런 배경이 현대적인 인물부터 조선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인물까지 끌어들일 여지를 키운 셈이다.
시즌 2는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이 주는 재미를 키우고 인물의 관계와 특징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극본 정윤·황혜령·양진아, 연출 신승엽·김병수로 제작진은 같지만 출연진과 시대 배경은 모두 변했다. 시대적 혼란은 더 커졌다. 외세가 치고 들어오고 서양 문물과 전통이 뒤섞인 격동의 세월 19세기 후반이다. 제작진은 “시대 배경이 현대에 가까워지면서 시의성 있는 소재를 찾는 게 더 쉬워졌고 변혁의 시대에 낀 인간 군상을 더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복권 ‘채표’, 조직폭력배 ‘검계’ 등 당시 생활 풍속도 그릴 예정이다.
인물들의 출신과 사연도 복잡해진다. 무관 출신 진무영(이종혁)이 무뚝뚝하게 추리의 중심을 잡으면 낙천적인 괴짜 한다경(이청아)은 사건만 터지면 갑자기 예리하게 돌변해 증거를 찾아낸다. 양반에 대궐 같은 집에 홀로 살지만 다경에게는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상처가 있다. 기생과 양반 사이에 태어난 별순검 선우현(박광현), 평민으로 애 다섯 키우느라 등골이 휘는 별순검 지대한(박원상), 기생집에 팔려갔다 외국인 손님 덕에 서양식 간호사 교육을 받은 검시 담당 검률 나여자(장영남)가 사건을 해결하며 자신만의 속깊은 이야기를 펼쳐간다.
김소민 기자, 사진 엠비시 드라마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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