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티엔(YTN) 노조원들이 16일 오후 '뉴스의 현장'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부조정실에서 구본홍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자 회사간부들이 시위중단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하고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YTN 돌발영상팀 기자 사내 게시판에 글
“진술, 무한정 대기하다 결방, 회사가 업무방해
다음날 잡아준 시간, 경찰 출석 겹쳐 쓴웃음만”
“진술, 무한정 대기하다 결방, 회사가 업무방해
다음날 잡아준 시간, 경찰 출석 겹쳐 쓴웃음만”
“‘입가의 진한 쓴웃음’은 ‘가슴 속의 진한 눈물’을 동반합니다.”
와이티엔(YTN) 조합원들의 경찰 조사와 인사위 출석으로 와이티엔 대표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이 25일 결방된 것과 관련해 돌방영상팀 정유신 기자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 기자는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투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쪽이 경찰에 고소한 조합원 12명에 들었고, 회사 인사위원회 징계대상자 34명에도 포함됐다. 정 기자는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 출석 30분 전에 쓴 ‘경찰서로 갈까요? 인사위로 갈까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24일과 25일 열린 인사위원회와 회사쪽이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25일 경찰의 출석 요구가 겹쳐 일어난 기묘한 상황을 전했다.
사연은 이렇다. 정 기자는 “어제(24일) 인사위원회에서 34명의 징계심의 대상자들을 ‘가나다순’으로 한명씩 심의하겠다며 오후 3시부터 17층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게 했다”며 “5시간이 지난 저녁 8시 무렵 ‘김’씨들의 진술이 간신히 끝났다”고 전했다. 그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돌발영상팀은 (그 시간에) 다음날 아이템을 찾기 위해 테잎도 보고 회의도 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투쟁 국면에서도 돌발영상 제작에는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 시간에 ‘징계를 받기 위해’ 17층 사장실 앞 맨바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서 분노 보다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이어 “저녁 8시10분 쯤, 진술을 마친 ‘ㄱ’씨들 외에, 아직 진술을 하지 못한 ‘ㄴ’부터 ‘ㅎ’까지 이르는 20여 명의 대상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게 할 거냐’며 인사위원들에게 항의하니 ‘자정까지라도 해보겠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면서 “그때부터 자정까지는 4시간, 당시 남은 대기자 22명의 3분의 1도 진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래야만 하는 뚜렷한 이유는 어느 위원도 말하지 않았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이어 “저를 포함한 상당수는 밤 12시까지 마냥 기다렸다가, ‘내일 오라’고 하면, 또 다음날 오전 9시부터 어떤 업무도 하지 못한 채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인사위가 사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정 기자는 “인사위원장은 노조위원장에게 간략한 메모를 전해왔다. 아직 진술하지 못한 사람들의 ‘업무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다음날 ‘진술 시간표’였다”며 “저의 진술시간이 몇 시인지 확인하고는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9월 25일 오후 15시....이 시간은 이미 회사가 저를 고발함에 따라, 경찰로부터 출석을 통보받은 시간(오후 14시)과 겹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맹목과 무책임함에, 그리고 그 분들이 제가 10년간 모셔왔던 분들이란 사실에 온 몸에 힘이 빠졌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특종상, 공로상도 받아봤고, 우수프로그램상도 받아봤고, ‘모범사원상’도 받았다. 지금까지의 제 개인 인사기록에는 지금 인사위원 몇몇 분의 개인 인사기록처럼 ‘징계’ 이력이 없다. 제가 몸담고 있는 돌발영상팀은 작년 연말 종무식에서 회사로부터 ‘YTN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며 “그리고 오늘, 지금부터 1시간 뒤,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라고 되물었다.
정 기자는 “‘입가의 진한 쓴웃음’은 ‘가슴 속의 진한 눈물’을 동반한다는 사실도 지금 처음 알게 됐다”며 “일단 경찰서부터 가고 보겠다”며 글을 마쳤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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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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