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베토벤 바이러스’ 블록버스터급 제치고 1위
김명민 이번엔 강마에로 ‘빙의’
적확한 지휘·감정선 화면 장악
송옥숙 탱고 독주 소름 와르르
연주장면 핸드싱크 일부 어색
김명민 이번엔 강마에로 ‘빙의’
적확한 지휘·감정선 화면 장악
송옥숙 탱고 독주 소름 와르르
연주장면 핸드싱크 일부 어색
“가진 것 없는 사람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반란을 보여주겠다!”
보통사람들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강마에’(김명민)의 포효. 그의 지휘봉 아래 농민 반란을 묘사한 로시니의 <윌리엠텔 서곡>을 유유히 연주하는 소시민 악단. 강마에와 그의 오케스트라 분투기인 문화방송의 <베토벤 바이러스>(이하 베토벤)가 사고를 쳤다. 9월 셋째주 드라마 시청률에서 이틀 연속 블록버스터급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위에 올랐다. 시청률 18%, 16.8%(5, 6회 기준). 재방송 시청률도 1위(9%)다. 수치 자체는 소박(?)하지만, 경쟁 상대가 송일국을 앞세운 200억원짜리 <바람의 나라>(KBS2), 박신양·문근영의 <바람의 화원>(SBS)이란 점에서 놀랄만하다.
<베토벤>은 또다른 벽도 넘었다. 지난해 만화에 이어 대박을 터뜨린 일본 후지티브이의 클래식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이하 노다메)의 아류라는 눈총과 뒷말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이 삐딱한 시선을 거두고 <베토벤>만의 성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령불문·직업불문의 ‘장삼이사’들이 땀냄새 풍기며 연주의 로망 속으로 달려가는 특유의 변방구도가 음대 엘리트들의 드라마인 <노다메>와 결을 달리하면서 색다른 흥취를 자아내고 있다는 평이다.
돌풍의 핵은 강마에로 통하는 강건우 역의 김명민. 강마에가 2부에서 맞수 정명환의 포스터를 찢는 분노의 씬은 뒷모습만으로도 ‘열폭’하는 감정선이 드러났다. 키우는 개 토벤이를 살리려는 2부의 좌충우돌, 악장 두루미, 첼로 독주자 정희연과의 교감 연기를 보여준 5부는 강마에의 눈빛만으로도 펄펄 살았다. <이순신>의 성웅에서 <하얀거탑>의 ‘장준혁’으로, 다시 마에스트로로 신들린 듯 변신하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200억원의 스케일도, 문근영에 대한 호감도 뒤로 미뤘다. 김명민은 지휘하면 언뜻 떠오르는 거창한 몸짓에 대한 욕심을 누르고, 절제와 안정을 추구하며 곡에 맞춤한 지휘를 구현해낸다. 그를 지도한 서희태 예술감독(서울 내셔널심포니 지휘자)은 “<노다메>의 주역인 치아키, 슈트레제만의 지휘 장면을 프로 악단 앞에서 재연한다면 악기간 호흡이 흐트러져서 연주가 엉망이 되겠지만, 김명민의 지휘는 곡의 구현이 온전히 가능할 정도”라고 칭찬했다.
<베토벤> 돌풍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베바 닥본사”를 외치며 녹음음악에 연주 시늉만 하는 핸드싱크를 지적하면서 애정어린 비판을 서슴지 않는 ‘베바 폐인’들의 등장이 그 근거다. 비판에 적극 반응하는 연기자·제작진들의 노력 등도 치열하다. 핸드싱크에 대해 “5부에서 두고 보자”던 한 제작진은 쉰살 마돈나에 못지않은 쉰두살 정희연(송옥숙)의 섹시한 피아졸라 <리베르 탱고> 독주로 팬들의 관심에 화답했다. 악단을 이끄는 중견 단원을 맡은 이순재의 안정적인 캐릭터, 핸드싱크 실수까지 애드립 같은 박철민의 감초 연기,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워지는 실제 연주자 단원들의 표정 연기까지 버무려져 극은 갈수록 볼거리가 풍부해지고 있다. 제작진은 만듦새를 꼼꼼히 따지는 요즘 추세를 감안해 가급적 녹음이 아닌 실음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한다. 연주에 맞게 음을 조율하는 튜닝 장면조차 100% 녹음을 쓴 <노다메>와는 재현 측면에서 격이 다르다고 자평한다. 서희태 감독은 “사전 제작이 아닌만큼 매 회차마다 분·초를 다투며 현장 연주자들과 작업하고 있다”며 “핸드싱크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래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을 무리없이 표현하려면 스무대 이상의 카메라와 중계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어려운 장면 배치를 제작진은 기존 연출방식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표현해 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롱테이크나 화면분할도 이 드라마만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은 6부에서 기존의 변두리 오케스트라를 해산하고 한 템포 쉬면서 숨을 골랐다. 이제 이번주 방영분에 등장할 용재 오닐과의 협연과, 다음주 이어질 ‘합창’ 공연에서 강마에의 카리스마가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오디션 통과 대역들 직접 연주
배우 지도·음원 녹음까지 조언
극중 ‘베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실제로 들려주는 단원들은 30명. 물론 대부분 현역 연주자들이다. 서희태 예술감독이 직접 심사한 ‘베토벤 바이러스 프로젝트’ 오디션을 통해 뽑은 단원 18명에 추천을 받은 9명, 그리고 ‘시늉만 하는’ 기존 연기자 3명으로 구성된다. 20~30대 멤버들은 지난 3월부터 3차례 오디션을 거쳤고, 40대 이상 멤버들은 주로 추천을 통해 구성했다고 한다.
멤버들의 면면은 다채롭다. 주부 정희연을 연기하는 송옥숙의 실제 연주 대연인 첼리스트 김명주씨와 두루미(이지아)의 대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윤정씨, 트럼펫 강건우(장근석)를 대신하는 한성석씨는 실제로 음대 교수들이다. 이들은 음원 녹음에도 조언을 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화면에 등장하는 실제 연기진 가운데서도 직접 연주하는 이들이 있다. 단짝 바이올리니스트 주연(조세은)·주희(박주은)로, 두 사람은 실제 일렉트릭 바이올린과 재즈 바이올린 연주자들이다. 고등학생으로 오케스트라 멤버가 된 하이든 역할의 주니는 홍대 앞에서 록밴드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고교 시절까지 플루트를 공부한 경험이 있어 이재규 피디의 추천으로 직접 연주에 참가하게 됐다.
베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음악대가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인기절정의 비올라 연주자인 용재 오닐이 이번주 방영분에서 등장해 오펜바흐의 협주곡 <재클린의 눈물>을 실연한다. 9회쯤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에는 성남시립합창단이 힘찬 목소리를 들려주게 된다. 이미 2회에서는 인기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강마에의 어린 시절 회상분에 나와 라이벌인 천재 정명환의 아역 연기를 소화해 화제가 됐었다.
베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극중의 연주 실연 뿐 아니라 전편에 흐르는 배경음악과 핸드싱크 음악도 다 직접 연주한다.
하어영 기자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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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연 역의 배우 송옥숙.
강건우 역의 장근석.
<베토벤> 돌풍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베바 닥본사”를 외치며 녹음음악에 연주 시늉만 하는 핸드싱크를 지적하면서 애정어린 비판을 서슴지 않는 ‘베바 폐인’들의 등장이 그 근거다. 비판에 적극 반응하는 연기자·제작진들의 노력 등도 치열하다. 핸드싱크에 대해 “5부에서 두고 보자”던 한 제작진은 쉰살 마돈나에 못지않은 쉰두살 정희연(송옥숙)의 섹시한 피아졸라 <리베르 탱고> 독주로 팬들의 관심에 화답했다. 악단을 이끄는 중견 단원을 맡은 이순재의 안정적인 캐릭터, 핸드싱크 실수까지 애드립 같은 박철민의 감초 연기,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워지는 실제 연주자 단원들의 표정 연기까지 버무려져 극은 갈수록 볼거리가 풍부해지고 있다. 제작진은 만듦새를 꼼꼼히 따지는 요즘 추세를 감안해 가급적 녹음이 아닌 실음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한다. 연주에 맞게 음을 조율하는 튜닝 장면조차 100% 녹음을 쓴 <노다메>와는 재현 측면에서 격이 다르다고 자평한다. 서희태 감독은 “사전 제작이 아닌만큼 매 회차마다 분·초를 다투며 현장 연주자들과 작업하고 있다”며 “핸드싱크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래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을 무리없이 표현하려면 스무대 이상의 카메라와 중계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어려운 장면 배치를 제작진은 기존 연출방식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표현해 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롱테이크나 화면분할도 이 드라마만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은 6부에서 기존의 변두리 오케스트라를 해산하고 한 템포 쉬면서 숨을 골랐다. 이제 이번주 방영분에 등장할 용재 오닐과의 협연과, 다음주 이어질 ‘합창’ 공연에서 강마에의 카리스마가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오디션 통과 대역들 직접 연주
배우 지도·음원 녹음까지 조언
서희태 예술감독
▶ <한겨레21> 돌배기 아들이 먹은 이 우유에도 혹시? 헉!
▶ ‘땜질대책’ 뒤 흐지부지…국민건강 ‘허’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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