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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모던 보이’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할까요?

등록 2008-09-30 15:22수정 2008-09-30 15:48

영화 <모던보이>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왼쪽)와 박해일.
영화 <모던보이>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왼쪽)와 박해일.
‘모던 보이’ 김혜수·박해일 인터뷰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김혜수가 새침한 표정으로 ‘포즈’를 잡는다. 피아노 옆의 계단을 반쯤 오르다 멈춰서 김혜수를 응시하는 박해일. 느닷없이 난간 사이로 몸을 내밀어 익살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해명은 이런 느낌이거든요. 이렇게 갑작스럽고, 유쾌한….”

조선독립 꿈꾸는 신여성 김혜수 “영화 결론은 나름의 대답이죠”
그 여성에 눈먼 ‘모던보이’ 박해일 “관객은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배우 김혜수와 박해일이 신작 <모던보이>를 들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김혜수는 비밀 독립결사단원 ‘조난실’, 박해일은 그런 난실을 사랑하는 친일파 아들이자 경성 최고의 ‘모던 모이’ 이해명을 연기했다. 그동안 난실과 해명에 푹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었다는 두 배우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혜수는 “<모던보이>는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말한다. 때는 일제가 전쟁 수렁에 빠져드는 1937년. 그해 일제는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일본제국에 대한 충성맹세문격인 ‘황국신민서사’를 제정한다. 시대의 불행과 전혀 무관한 듯 행동하는 조선총독부 1급 서기로 조선 최고의 ‘낭만의 화신’을 자처하는 해명은 경성에 부임해 온 일본인 친구 신스케 검사와 시내 비밀 댄스클럽을 찾는다. 그곳에서 무용수 ‘로라’로 신분을 감춘 난실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김혜수는 “일제 강점기는 참 다루기 힘든 시대”라고 말했다.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불사하며 치열하게 살았잖아요. 우리는 이렇게 죽네, 사네 힘들었지만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은 행복한 시대이기도 했고. 조금만 경쾌해지면 관객들이 불쾌해지고, 너무 치열하면 상투적이 되니까.”

두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를 드러내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장치는 두 개의 도시락이다. 첫 번째 도시락. 김혜수는 총독부로 출근하는 해명의 손에 도시락을 들려 보낸다. “별거 아니예요. 신스케 검사와 같이 드세요.”

작별 키스를 전하는 난실은 차마 눈을 감지 못한다. 도시락은 폭발하고, 난실은 자취를 감춘다. 김혜수는 “그 순간, 난실은 연인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차마 끌리는 마음을 거두지 못한다”고 했다.

두 번째 도시락. 가까스로 사고를 피한 해명은 난실을 찾아 경성 시내를 뒤진다. 다시 만난 둘. 해명은 난실을 용서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난실은 해명에게 두 번째 도시락을 건넨다. 박해일은 “그 순간 해명은 이미 난실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해명은 난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난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거든요. 그런 여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죽음까지 불사해야 하는 남자인 거죠. 해명은….”

박해일은 사랑에 빠졌지만 사랑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30년대 ‘오렌지족’의 불안을 그럴싸하게 재현해 낸다. ‘마지막 순간’, 총독부 고위관리들이 모인 연회장 무대 뒤에서 난실과 해명은 결단의 순간에 내몰린다. 박해일은 “마지막 결론을 두고 감독님과 많은 토론을 했다”고 했다.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아무튼 저희는 끝까지 한 번 가보자고 한 거예요.”

박해일의 목소리가 상기되기 시작한다. 김혜수가 말을 받는다.

“영화의 결론은 그 질문에 대한 저희 나름의 답인거죠. 한 사람의 여자로서 난실이 그렇게까지 치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마지막 대사에서는 목이 잠겨서 말이 안 나왔으니까.”

<모던보이>는 <해피앤드>와 <사랑니>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정지우 감독이 내놓은 세 번째 장편. 정 감독은 ‘개인의 행복과 시대의 운명이 무관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원작소설(이지민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과는 정반대 결말로 몰고 간다.

“어느 쪽이 옳은 길이었을까요? 관객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두 배우가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 10월2일 개봉.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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