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40)
2년여 만에 프로젝트 앨범 낸 신승훈
누가 뭐래도, 가수 신승훈(40)은 1990년대의 ‘아이콘’이다. 그 시절 음반시장은 황금기였고, 그는 시대가 총애한 ‘기린아’였다. 1990년 10월, 안경 쓴 순진한 얼굴의 청년이 비음 섞인 미성으로 1집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내놓았을 때, 그가 한국 발라드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영국 모던 록 차용…새 창법도 선보여
돌이켜 보면, 그에겐 뭔가 특별한 것들이 있었다. 손수 공들여 만든 곡에, 스스로 ‘애이불비’(哀而不悲)라 표현하는 ‘한’의 정서가 배인 노랫말을 입혀, 애절한 목소리로 불렀다. 신승훈은 2집 <보이지 않는 사랑>(1991)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뒤, 급기야 5집 <나보다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1996)으로 247만장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발라드의 ‘전설’이 됐다. 그는 19년 동안 열 장의 정규 앨범을 만들어 1500만장을 팔아치운 가수였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변했고, 신승훈도 변했다. 6집 이후의 음악은 대중들의 감성에서 조금 비껴선 듯 보였다. 8집 <애이불비>에서 5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를 동원했고, 9집 <애심가>에서는 국악에서 새 모티브를 찾기도 했다. 냉정히 말해 그 모든 도전들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가을, 신승훈이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다 거의 2년 만이다. 지난 6일 서울 논현동 재즈 카페에서 연 제작 발표회 자리에 신승훈은 <예상치 못한 반전-라디오 웨이브>(Unexpected Twist-Radio Wave)라는 프로젝트 앨범을 들고 섰다. “‘반전’을 주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두 장의 앨범을 더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새 앨범에서는 옛 것들과 결별을 선언한 그의 고뇌를 만날 수 있다. 공개된 새 음반의 ‘티저’ 영상에서 신승훈은 그동안 자신을 옥죄던 족쇄를 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무슨 뜻일까. 새 앨범의 첫 곡 ‘다른 물결’에 해답이 담겨 있다. 노래는 신승훈의 대표적 히트곡들인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도 오랫 동안>의 메들리로 시작한다. 그리고 느닷 없이 펑키한 리듬을 지닌 ‘모던 록’ 풍의 멜로디로 전환한다. 신승훈의 새 도약이다.
“그동안 저도 모르게 들려지는 음악보다는 보여지는 면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음악이란 원래 들려지는 건데. 나이가 들면서 음악의 본질을 자꾸 잊지 않나 싶기도 했고.”
새 음반은 철저히 비우려는 음반이다. 애절한 음색 대신, 담백한 영국 모던 록의 리듬과 박자를 빌려왔다. 특유의 비음 대신 속삭이는 듯한 창법을 선보인다. 그래도 ‘애이불비’만은 버리지 못했는지 유일하게 가사를 쓴 ‘아이 두’에서는 “잊으라 하는 그 말 앞에서 사랑하지만, 아이 두(그럴께)”라고 말한다. 머릿곡은 ‘라디오를 켜봐요’와 ‘나비효과’ 두 곡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라디오를 켜 보라’고 한 뒤, 들려주는 노래가 ‘나비효과’다. 고운 연애시를 써 온 원태연씨가 노랫말을 썼다.
“난 사랑하고 싶어서/ 정말 함께 있고 싶어서/ 너무 많은 나를 버리고 왔다.”(‘나비효과’)
신승훈은 많은 것을 버렸다. 대중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11일부터 이틀 동안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을 통해 팬들 앞에 다시 선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도로시뮤직 제공
신승훈(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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