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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못생긴 왕따 선생 제대로 망가졌죠

등록 2008-10-09 13:49수정 2008-10-09 14:29

미쓰 홍당무의 주연 공효진. 김경호기자
미쓰 홍당무의 주연 공효진. 김경호기자
‘미쓰 홍당무’ 주연 맡은 공효진
‘민망한 캐릭터’에 걱정…전도연 언니가 적극 추천
정해진 이미지 없는 새인물 “이젠 소화못할 연기 없다”
“우리 같은 애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돼.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새 영화 <미쓰 홍당무>는 공공연한 비밀 하나를 툭 던지며 시작한다. 영화 속의 이 대사는 “이쁜 것들 다 묻어버리고 싶다”는 선전 문구와 함께 뭇 여성들의 동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비친다.

짐작하다시피, <미쓰 홍당무>는 못생긴데다 ‘왕따’인 여자가 한 남자를 차지하려고 벌이는 소동에 관한 영화다. 조금만 긴장하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증’을 가진 이 여자는 교사 양미숙. 배우 공효진(28)이 영화 데뷔 뒤 처음 맡은 단독주연 배역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이렇게 망가지면 내 연기 인생은 어떻게 되지, 하는 두 가지 생각이 제 안에서 싸웠어요. 그런데 도연(전도연) 언니가 해보라고 적극 추천하는 거예요.”

영화 속 공효진은 한마디로 제대로 망가진다. 감은 지 한달은 된 것 같은 ‘수세미’ 머리, 유행이 한참 지난 쥐색 롱코트(코트의 비밀은 영화의 도입부, 수학여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를 입고 온갖 엽기 행각을 벌인다. 학생들은 이런 양미숙을 따돌린다. 그러나 양미숙은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고, 학창 시절부터 사모해온 선생님이자 지금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유부남 교사 서종철(이종혁)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아니 그의 새 연애를 막기 위해 서 선생의 딸 종희(서우)와 연합작전을 펼친다. 종희도 양미숙과 같은 ‘전따(전교왕따)’다.

“처음엔 코미디인 줄 몰랐어요. 민망한 장면이 많은, 시니컬한 드라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영상으로 만들어진 걸 보니까 재미있는 거예요. 감독님(이경미)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죠.”


그는 양미숙이란 인물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란다. 자신은 양미숙처럼 공격적이지도, 예민하지도 않고, 특히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는 사람에게 몰입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연기할 수 있었을까?

“촬영은 즐겁게 했어요. 백혈병 걸린 사람이나 남편 잃은 아내라면 이미 정해진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양미숙은 정해진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새 인물을 창조한다는 느낌으로 했죠. 어떻게 하면 더 이상할까를 궁리했어요. 그렇게 마음대로 하다가 기대 이상의 장면을 건졌을 때 희열을 느끼기도 했죠.”

공효진이 <여고괴담 2>(1999)로 데뷔한 지도 벌써 9년이 지났다. 한때는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없어,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그러다 <가족의 탄생>(2006)의 ‘선경’을 만났고, <행복>(허진호 감독)과 <엠>(이명세 감독)을 찍으며 용기가 생겼다. <미쓰 홍당무>를 찍고난 지금 그는 “어떤 캐릭터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차 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공효진이 주연한 영화가 두 편이나 상영됐다. <미쓰 홍당무>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부지영 감독).

“둘 다 저예산 영화지만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해소된 영화들이에요. 여배우가 날개를 달 수 있는 영화가 드물거든요. 지금 제 주변에는 우울증 걸린 배우들이 많아요. 영화가 세 편씩이나 엎어져서(중단돼서) 자신감을 잃은 배우도 있구요. 한국 영화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제작비가 적더라도 연기 하나로 승부할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16일 개봉.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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