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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스물여섯 송혜교, 그가 사는 세상

등록 2008-10-12 09:58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서 신참 PD 역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경쾌하게 자른 단발머리, 깡마른 체구의 뒷모습만 보고는 송혜교(26)가 아닌 줄 알았다. 언젠가부터 서서히 말라가고는 있었지만 스키니 진, 동그란 단발머리의 그에게서는 확실히 예전과 다른 느낌이 풍겼다.

조막만한 얼굴은 여전히 맑았지만 어느덧 20대 중반으로 접어든 그에게서는 은은한 차 향기가 풍겼다. 지난해 영화 '황진이'를 통해 한단계 성숙해진 모습을 선보였던 그는 이제는 작품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완연히 성숙한 느낌을 준다.

27일 첫선을 보이는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의 경기 이천 세트장에서 송혜교를 만났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등으로 마니아층을 거느린 노희경 작가-표민수 PD 콤비의 작품. 2004년 '풀하우스' 이후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오는 그는 이번에 신참 드라마 PD 준영 역을 맡았다.

"4년 전 표 감독님과 '풀하우스' 끝낼 때 다음에는 노희경 작가님과 셋이 함께 뭉치자고 약속했어요. 개인적으로 두 분의 팬이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무조건 하겠다고 생각했고 어떤 이야기인지도 모르고 출연 약속을 했는데, 역시나 드라마의 시놉시스는 절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그들이 사는 세상'은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PD들의 이야기다. 그의 상대역인 현빈 역시 PD역. 둘은 대학에서부터 직장까지 선후배로 인연을 맺으며 사랑을 키워간다.

"사람들이 꿈꾸는 왕자님이나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기존 멜로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일어나는 일 같은 것은 없어요. 대신 지극히 사실적인 상황들, 늘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이 펼쳐져요."

그를 한류스타로 만든 '가을동화'와 '올인', '풀하우스'에서 송혜교는 비련의 여인과 통통 튀는 아가씨로 대표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준영이는 일터에서는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애교를 부리는 귀여운 여자에요. 딱히 어떤 인물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지금까지는 여린 역할을 주로 했다면 이번에는 좀 보이시한 느낌이 들기는 해요."

'풀하우스' 이후 영화 두 편에 출연한 것 외에는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송혜교는 그 사이 한류스타로서 부지런히 활동했다. 소속사에서는 밝히기를 꺼리지만 그는 한 해 수입이 60억~70여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광고 수입이다.

중화권에서의 이 같은 인기는 그에게 더 큰 기회로 이어졌다.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1949'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고, 양쯔충(楊紫瓊)이 설립한 에이전시 스텔라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것.

"'가을동화'를 잘 만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항상 잘 되지는 않았는데, 중요한 때마다 뭔가 잘 맞아떨어져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한류스타'라는 말을 하지만 전 그냥 똑같아요. 그냥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잘 하고 지내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라는 마음이에요. 남의 시선도 별로 신경 안 써요. 요즘도 길거리에 나가면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다녀요. 큰 욕심도 없지만 큰 부담도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스스로를 소심한 A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대하는 송혜교는 생각 외로 털털하고 대범하다. 오랜 연예계 생활에서 스스로 터득한 생존의 비법으로 느껴졌다. 되도록 스트레스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생각.

"뭐하나 시원하게 화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힘들어요. 제가 정의롭지 못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생겨도 매번 참아야해요. 속에 있는 말 다하다보면, 내 본의는 그게 아닌데 꼭 나중에 가서는 다르게 와전되거든요. 그런 것을 몇 차례 겪고 보니 그냥 화가 나도 참고 말자는 생각이 들어요. 뭐 이제는 악플 같은 것을 봐도 화도 안 나지만요. 가끔 재미있기도 해요."

"솔직히 겁나는 것은 엄마밖에 없다"며 웃은 그는 "해외 여행도 주로 혼자 다닌다. 누구랑 스케줄 맞추며 다니는 것도 불편해 그냥 혼자서 다닌다. 처음에는 엄마나 매니저가 걱정했지만 이제는 으레 그러려니들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낯이라도 좀 가렸는데 요즘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되고 흥분되요. 2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고 여러가지로 내 자신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차례 떠들썩하게 연애를 했던 그에게 '연애는 안 하냐'고 물었다.

"일이 많아 연애하고픈 생각이 안 들어요. 솔직히 귀찮아요. 친한 언니들하고 수다 떨며 스트레스 푸는 것이 제일 좋아요."

내년 크랭크 인 하는 '1949'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송혜교는 "나 자신이 연기를 위해 태어난 것 같지는 않다. 12년간 연기를 해왔는데 내가 노력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며 "하지만 연예계 생활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즐기며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이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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