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옛 방식 모사
기품있는 한복 눈길
기품있는 한복 눈길
<바람의 화원>의 또다른 주인공은 신윤복·김홍도의 그림과 그 그림에서 튀어나온 기생들의 화려한 복식이다.
제작진은 무엇보다 사실감을 높이려 애썼다. 극중에 등장하는 여러 그림들을 위해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이종목 교수팀이 다섯 달 촬영 기간 동안 자문과 재현을 도맡았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도 참여한 바 있는 이 교수는 당시와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창출하려고 조선 후기 정조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4~6회에 등장하는 신윤복의 대표작 <단오풍정>을 위해 황토 계열은 흙에서 색을 얻었고 돌과 꽃, 풀에서 원본 그대로의 색깔을 얻어왔다. 이 교수는 “당시는 지금 우리가 쓰는 색깔보다 오히려 더 많은 색깔을 사용했다”며 “색뿐만 아니라 바탕 소재도 원작과 동일하게 비단에 그렸던 작품은 비단에, 종이에 그렸던 작품은 종이에 그대로 모사했다”고 말했다. 종이에 그리는 그림은 안국주씨, 천에 그리는 작품은 백지혜씨, 1·2회 정조의 천도제에서 등장하는 의궤도 등은 구세진씨가 나눠 맡아 그렸다. <서당>, <씨름도>, <미인도>, <빨래터> <단오풍정> 등 김홍도·신윤복 두 화가의 작품 모사에만 1억여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손 장면을 보여주는 데에만 22점이 따로 등장해 일부는 문근영, 박신양이 붓칠을 하기도 한다.
의상은 또다른 볼거리다. ‘이영희 한국의상’이 공급하는 한복은 의상 담당인 강명선씨의 손을 거치면서 극 내러티브에 맞게 운용됐다. 강씨는 “천민이지만 부만 있다면 마음껏 호사를 누릴 수 있었던 특수 계층의 옷이 바로 기생의 복장”이라며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기존과는 다르게 야한 색이 아닌, 기품있는 색의 한복으로 극중 상황에 맞게 입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생 정향의 경우, 신윤복과의 정이 깊어지면서 화려함을 점차 배제하고 어둡지만 기품있는 진한 자줏빛 치마를 입는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에선 생생함을 텔레비전 화면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날 정도로 센 느낌의 원단을 한복에 사용하기도 했다.
또 <단오풍정>을 그리는 신윤복이 입은 한복은 그가 남장여자임을 드러내기 위해 당시에는 사용되지 않은 속살이 비치는 화려한 저고리로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강씨는 “5분이 채 안 되는 장면을 위해 한 시간 이상을 공들여 준비한다”며 “한복뿐 아니라, 잘 드러나지 않는 신발도 원작품과 동일하게 코는 높고 옆부분은 낮은 모양으로 맞춤 제작을 했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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