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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코미디언 김미화의 ‘보통사람 시사프로’ 5년

등록 2008-10-20 14:30수정 2008-10-20 16:19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늘 낮은 자세…질문은 독하게
같은 시간대 ‘청취율 1위’ 독점
5년 전 코미디언이 무슨 시사프로냐는 말에도, 2년이 지난 뒤 이혼했을 당시 시사프로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말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지”라고 답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정치권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도, 지난여름 촛불정국에서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라는 닦달도 “그런 말 들을 수도 있겠다”며 넘겼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또는 힘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는 것은 힘없는 소시민의 몫이다. 대신 속앓이는 퇴근길 소주 한잔으로 털어내는 것도 그들이다.

김미화는 오후 6시 퇴근 시간의 시사프로그램을 그렇게 시작했다. 복잡한 시사문제에 대해 일단 “그럴 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선다. 대신 퇴근길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궁금함에 대해선 여지없이 ‘독하게’ 질문을 해댔다. 그렇게 보통 사람 눈높이를 지향한 문화방송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20일 다섯 돌을 맞는다.

지난 15일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미화는 “내가 여기서 쌓은 것은 5년 뒤쯤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시로 전화를 받고 빡빡한 스케줄이 적힌 수첩을 뒤졌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반복하며 찾아온 세무사를 만나기도 했다. “욕심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만 하다보니 매니저가 없다”며 웃는다.

-시사프로 5년이다. 스스로 코미디언을 강조하지만 재미없어졌다는 소리도 나올 법하다.

“<김미화…>에서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재미를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재미없어지는 순간 우리 프로그램은 매력이 없어진다. 다들 지친 저녁에, 팍팍한 사는 얘기도 두런두런 재미나게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의식한다.”

-그 매력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을 텐데?

“매일 10여개의 신문과 티브이 뉴스를 꼼꼼하게 보고 방송 준비를 한다. 티브이 토론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그렇게 하고도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거나 영화관으로 달려간다. 또 1년에 두어 번 꼭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다. 그 두어 번도 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의미가 있다.”

-스스로 코미디언이라면서 시사프로를 고집한 이유가 있나?

“의리랄까.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믿어준 게 이 프로그램이다. 이혼 당시 누를 끼치기 싫어 ‘나를 꼭 잘라달라’고 말했더니 피디, 작가에서부터 청취자까지 ‘공과 사는 분명하게 선을 긋자’며 나를 믿어줬다. 각별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나. 그래서 여기서 더 웃기기로 결심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날도 프로그램 도중 쌀 직불금,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선거자금 등으로 스튜디오에 축 처진 기운이 감돌자, 그는 출연자인 문화방송 윤영욱 논설위원에게 “이럴수록 한번 웃어보자”며 “하하하”를 선창했다. 애드리브였다. 피디도 작가도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하하하”는 계속됐다. 악화된 고용 사정을 보도하는 <한국일보> 기자도, 세계경제가 암울하다는 말을 전한 <경향신문> 논설위원도 “하하하”를 따라 해야 하는 것에는 예외가 없었다. 곧 프로그램 사이트로 “퇴근길에 하하하 따라 웃어본다” “미화님 위트 짱” 등의 문자가 쏟아졌다. 보통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는 순간의 판단, 그것이 김미화의 힘 같았다.

-웃기자는 생각만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았을 듯한데, 어떤 점이 힘들었나?

“경제가 어려운 것은 같이 풀어가면 되는 숙제니까, 엄마랑 아이랑 함께 푸는 것처럼 두런두런 가면 되는데 …. 어려운 것은 사람에 관한 나쁜 소식을 전할 때다. 특히 자살 소식이 힘들다. 최진실씨 사건처럼. 당일 방송하기 참 힘들어서 기억이 오래갈 것 같다.”

-생각나는 출연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지적에 ‘실은 내가 그것 때문에 빛을 못봤다’고 웃으며 대답한 한화갑 전 의원이다. 주로 나이든 출연자들이 격없이 편하게 말을 한다. 이회창씨도 그랬고.”

-김미화라는 이름으로 5년 묵은 시사프로의 맛은 어떤 것인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한 논설위원은 실제로 탤런트 임채무씨 동생이고, 한 기자는 엄정화씨 외삼촌이다. 이런 사실을 청취자에게 드러낸다. 9시 뉴스에서 엄격하게 비치던 분들을 이웃처럼 친근한 사람이 되게 한다. 찬 바람이 불면 ‘도라지 위스키’로 시작하는 노래도 부르게 하면서.(웃음)”

다섯 돌,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아침 손석희, 저녁 김미화’라는 영광을 차지했지만 그는 아직도 머쓱해한다. 인터뷰 동안 정치적인 문제엔 ‘기계적 중립’으로 대답하고, 남의 말을 빌렸다. 자신은 코미디언이라는 말을 답에 녹이기도 했다.

그런 태도가 얄밉지 않은 것은 인터뷰 내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해가 갑니다”는 말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때문이다. “인터뷰 편하게 하세요. 저도 3일 동안 머리 못감았거든요”라며 결국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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