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종서
싱글 음반내고 타이틀곡 '아버지'로 활동
김종서는 "지난해부터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극약처방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히트곡 '대답없는 너', '겨울비', '플라스틱 신드롬' 때의 신비로운 로커 이미지를 버리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머러스한 입담을 과시했다. 8월 종영한 SBS TV 드라마 '행복합니다'에서 사고뭉치 장남이자 '미사리 대타 가수'로 출연했다.
1987년 그룹 시나위로 데뷔한 이래 처음 보여준 외도였고, 동료 가수들조차 놀란 선택이었다. 주위에서는 "김종서가 웃기니 음악성있는 보컬의 이미지를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는 시대의 흐름과 음악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 것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2005년 9집, 2007년 20주년 음반을 냈는데 사람들은 날 보면 '요즘 뭐하냐'고 묻더라"며 "한동안 방황을 했다. 소중한 시간을 할애한 음악을 알리기 위해 내 인지도를 높여야 했다. 음악적인 색깔만 흔들리지 않으면, 나만 당당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싫은 건 억만금을 줘도 못하는 성격"이라며 웃었다.
그는 최근 데뷔 이래 처음으로 자작곡 세곡이 담긴 싱글 음반을 발표했다. 3~4장의 싱글 음반을 더 발매해 내년 하반기에 정규 음반으로 낼 예정이다.
"음악도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계속 하기 힘든 상황이 됐어요. 제작 단가는 올라갔는데 수익은 말도 안되는 수준이죠. 싱글로 음반을 내서 사람들이 부담없는 가격으로 음악을 듣고 발표한 여러 곡을 모아 정규 음반을 내는 게 변화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록 발라드인 타이틀곡 '아버지'는 '행복합니다'의 장용우 PD가 노랫말을 붙여 드라마에서도 몇차례 소개됐던 곡이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담히 담겼다.
"장PD가 자신과 아버지의 얘기를 글로 써둔 게 있더군요. 늘 부모님에 대한 노래는 불쌍하고 측은하게 조명되는게 싫었는데 장 PD의 글은 담백했죠. 편곡도 1990년대 록 발라드의 기본 패턴을 이용해 깔끔하고 복고적인 사운드로 완성했어요. 부모님이라는 테마는 역사가 바뀌어도 영원불멸의 테마죠."
또 다른 곡 '라이드(Ride)'는 U2와 콜드플레이의 사운드를 좋아하는 그가 미디엄 템포의 소프트 록으로 완성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잊고 있던, 꿈꾸던 자유를 표현했다고 한다. 김종서의 얇고 강인한 보컬이 녹슬지 않고 살아있다.
"요즘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요. 일상에서 놓쳤던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 새삼 깨닫고 있죠. 영동대교 남단에서 상암동까지 왕복으로 자전거를 타는데 건강도 챙기면서 자유도 느끼고 있어요. 이때 이곡의 영감을 받았죠. 고유가 시대이고 친환경적인 수단인 자전거를 적극 권장합니다."
그에게 "스스로 로커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난 로커"라고 즉답했다. 일본에 아내와 아들 딸을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5년간을 살면서도, 21년간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책임감과 보이지 않는 열정 덕택이다.
하지만 로커라고해서 신비롭고 냉소적인 이미지를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연히 발디딘 연기의 소중함을 느꼈고 다른 장르에 대한 호기심을 맛봤기에 연기에 대한 마음은 열어둘 생각이다.
그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음악이지만 연기는 내 영혼을 표현하는 일이더라"며 "연기는 음악하는 것과 다른 에너지였다. 오락 프로그램은 휘발성이지만 드라마는 영원히 남는 작품이었고 그 속에서 연기를 할 때 몰입이 주는 전율의 순간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다.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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