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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안휘준 “‘바람의 화원’ 심각한 역사왜곡”

등록 2008-10-28 19:21수정 2008-10-29 09:14

안휘준 문화재위원장
안휘준 문화재위원장
안휘준 문화재위원장 지적
“혜원 신윤복은 명백한 남자”
“<바람의 화원>은 가장 심각하고 고약한 역사왜곡을 저지르고 있어요. 사실이 모호하면 픽션은 쓸 수 있지만, 이 드라마는 명백한 사실인 사람의 성별까지 억지로 바꿔버렸습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부추기고, 그 동기가 금전적 사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입니다.”

조선시대 풍속화의 거장 혜원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설정한 에스비에스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대해 국내 미술사학계의 대표적 권위자인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사진)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달 26일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국 미술사학대회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고증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방송 문화의 수준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학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 문화재 정책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재위원장이 방송사의 특정 사극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 위원장은 “혜원의 <미인도>가 전시된 간송미술관에 갔더니 젊은이들이 그림 앞에서 ‘혜원이 진짜 여자래’하고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창작연대가 기록된 혜원의 그림들과 일부 문헌의 행적 기록을 통해 그가 남자 화가로서 풍속화를 그렸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이 지경까지 왜곡을 한 방송사와 원작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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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술사학계에서는 <바람의 화원>의 드라마 내용이 지나친 픽션으로 당대 사회상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킨다면서 역사 인식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을 잇따라 내고 있다.

<바람의 화원>에는 앳된 소녀풍의 혜원이 연상의 단원 김홍도와 임금 앞에서 풍속화 대결을 하고, 심지어 합작 그림을 그린다는 설정도 하고 있으나, 풍속화와 산수화 등의 주요 작품들은 모두 혜원의 중년기나 노년기인 19세기 초에 그려진 것들로 공인되고 있다.


제작진의 자문 요청을 받았다는 한 미술사가는 “첫 회 앞부분에 혜원이 여자라는 설정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가을 기획전 기간 동안 혜원과 단원의 걸작들을 보기 위해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 들었던 간송미술관은 “혜원이 여자가 맞느냐” “혜원이 남자라는 근거를 대라” 등의 전화가 쇄도해 곤혹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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